신발을 늘리려고 신고 잤다
구겨진 티셔츠는 입고 잤다


풍만한 어둠이 밤새도록 나의 피부를 걸치고 있다
아침이면 알맞았다


덩굴손이 창살을 한 바퀴 더 감았다




(감상) 이 시에서 영혼은 몸의 바깥이 아니라 그냥 몸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요. 그러니 영혼이 간절히 바라는 것, 즉 영혼성이 몸을 통해 실현되는 모습을 나타낸 것이 아닐까요. 간절하면 영혼이 몸과 어느 순간에 딱 알맞게 입히는 때가 오는 것 같아요. 그러면 덩굴손이 창살을 한 바퀴 더 감듯이 영혼이 한층 더 두텁게 감기거나 확장되겠죠.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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