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살라미 전술(Salami tactics)’일까?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에서 북한의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불가역적 비핵화, 즉 CVID를 명시하지 못한 포괄적 내용의 합의문에 서명하는 수준에서 마무리 됐다. 그간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서 미국과 북한의 굴곡진 역사가 있었다.

북한 비핵화 협상은 1993년 북한의 핵확산금지조약(NPT) 탈퇴를 계기로 열린 고위급 회담에서부터 시작됐다. 이듬해인 1994년 북한의 핵사찰 허용과 경수로 제공을 약속한 기본 합의문에 서명한 제네바 합의를 이뤘다. 하지만 이 합의 이후 북한은 내부적으로 핵 능력 고도화에 전념했다. 2002년에는 결국 고농축 우라늄 핵 개발을 시인했고, 이듬해에 또 다시 NPT을 탈퇴했다.

이후 미국과 북한의 양자에서 다자 틀인 6자회담으로 확대돼 회담이 이어졌다. 2005년에는 또 북한이 핵무기를 포기하고 그 대가로 체제 안전 보장을 골자로 하는 ‘9·19 성명’에 서명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북한은 지속적인 도발을 이어갔다. 미국은 북한과 거래하는 은행을 제재하는 등 제제의 강도를 높여 갔다. 이에 대해 북한은 대포동 2호 발사와 핵실험으로 맞서면서 미·북 관계가 최악의 상황으로 치달았다. 이후에도 2006년 10월부터 2017년 9월까지 북한은 6차에 걸친 핵실험으로 핵 무력 완성을 선언했다. 올해 1월 김정은은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밝혔고, 4월 27일 남북 정상회담에 이어 6월 12일 역사적인 미북 싱가포르 정상회담이 열렸다. 

북한은 지난 25년간 핵 협상을 여러 개로 토막 내 시간을 끌면서 단계마다 이익을 실현하고 핵 능력을 키우는 살라미 전술을 구사, 국제사회를 농락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회담이 끝난 뒤 합의문은 매우 포괄적 문서라며 과거와는 다를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CVID가 아니라 ‘완전한 비핵화’(complete denuclearisation)라는 표현으로 대체된 것이다. 또한 비핵화의 구체적 시간표도 밝히지 않았다. 이전 회담들이 실무진들 사이의 합의였다면 이번 합의는 최고 정상 간 합의라는 점이 다른 점이라면 다른 것이다. 북한은 이제 진정 살라미 전술을 접고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에 나설 것인가?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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