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렁이는 초록 물결 속 순백의 양떼, 마음까지 따뜻해지는 힐링 타임

방목중인 양
이 세상에서 평화로운 장면을 떠올려보라면 그중 하나가 녹색의 푸른 초원 위에 하얀색의 양 떼가 한가로이 풀을 뜯는 장면일 것이다. 아주 이국적인 풍경이긴 한데 우리나라에서 이런 풍경을 보기 위해서는 흔히 강원도의 대관령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경북에도 푸른 초원과 양 떼를 볼 수 있는 곳이 있는데 바로 칠곡군 지천면에 위치한 칠곡 양떼목장이다. 이곳은 아이들과 함께 방문하기에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미 알음알음 알려져서 제법 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고 있다.

칠곡양떼목장 입구
‘방콕’하며 스마트폰만 보고 있던 아이들을 추슬러 차에 태운다. 오만상 인상을 쓰며 따라나서는 아이들을 데리고 양떼목장으로 향했다. 휴일 낮의 주차장에는 이미 차들이 꽉 차있다. 주차장에 무료로 주차하고 목장에 들어서면 입구에서 덩치 큰 소들이 살고 있는 축사를 만난다. 소와 송아지들을 책으로만 본 아이들은 이들을 직접 보고 탄성을 내지른다. 그 옆에는 아기 양과 토끼들도 볼 수가 있어서 아이들의 기대는 한층 높아진다. 이후 매표소까지는 제법 급한 오르막길을 걸어 올라가야 하는데, 어른들은 힘겹게 올라가지만, 아이들의 발걸음은 더없이 가볍다.

양떼목장 전경
목장 체험료는 5000원, 47개월 이하는 3000원, 12개월 이하는 무료다.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서 조금 할인된 가격으로 예매가 가능하다고 한다. 이 금액에는 먹이 주기 체험용 건초 구입비가 포함돼 있다. 그 외 산양유와 산양치즈 체험장, 트랙터 마차 등은 별도의 체험료를 내면 이용할 수가 있다. 이용시간은 오전 10시부터 오후 6시까지이며, 동절기에는 1시간 일찍 폐장을 한다. 설과 추석 당일은 문을 닫는다.

양 먹이 주기 체험장
가장 인기가 있는 곳은 역시 양 먹이 주기 체험장이다. 입장권을 가져가면 건초 한 바구니와 교환해준다. 건초의 양이 적어 보이지만 말린 잎들이어서 생각보다 많다. 양쪽에 두 종류의 양들이 나뉘어서 사육되고 있는데, 흔히 알려진 털이 많은 동글동글한 양들이 한쪽에 키워지고 있고, 반대편에는 다소 마른 아이들이 자리를 잡고 있다. 동글동글한 양들은 털을 채취하기 위해서 키우는 면양이다. 이 친구들은 뿔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폭신폭신해 보이는 털을 깎아서 우리가 입는 옷과 침구류 등을 만든다.

면양에 비해 털이 없는 염소 같아 보이는 이 품종은 젖을 채취하기 위해 키우는 유산양 품종이다. 처음 보면 염소로 보인다. 굳이 틀린 말은 아니지만, 염소는 재래산양, 유산양, 흑염소 등을 모두 포함하는 통칭이다. 그중 젖을 얻기 위해 키우는 염소들을 유산양이라 한다.

먹이 주기 체험을 하는 아이들
아이들과 함께 체험을 할 때 어른들이 어느 정도 공부를 하고 간다면 아이들에게 올바른 정보를 줄 수 있을 것이다. 동양의 12지신에서 양띠가 나오는데, 사실 털이 북슬북슬한 면양을 우리네 조상들이 키워본 적이 없어서 양띠의 양은 염소를 말하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도 첨부하면 교육적 효과가 좋을 것 같다. 아무튼 양들은 아이들을 상대로 열심히 영업 중이다.

잔뜩 겁을 먹은 아이
앞에 있는 동물이 양이든 염소든 아이들은 동물들과의 교감에 정신이 없다. 건초 먹이를 내밀면 양들이 날름 받아먹는다. 아이들이 건초 바구니를 들고 앞에 서면 양들은 머리를 삐쭉 내밀고 먹이를 달라고 바동대는데 그 모습이 귀여운지 아이들은 밀당이라도 하듯 건초를 줬다 빼앗았다 장난을 친다. 겁이 많은 아이는 경계를 늦추지 않고 멀찍이 떨어져서 먹이를 내민다. 그러다가 겁이 나서 손을 일찍 놓는 바람에 먹이를 바닥에 떨어뜨리기 일쑤인데, 간혹 먹이 전달에 성공을 하면 크게 기뻐하며 만세를 부른다. 이런 경험은 아이에게 오래 토록 남을 것이다. 당장 오늘 밤 꿈에 양과 함께 뛰어노는 꿈을 꿀 수도 있을 것이고, 내일 어린이집으로 가면 친구들과 선생님에게 자신이 직접 본 양을 자랑을 할 것이다.

목장 산책로
먹이 주기 체험장을 나와서 아이들과 목장 길을 산책해본다. 푸른 잔디가 뒤덮여 있는 초원 위를 걸어본다. 딱딱한 아스팔트와 시멘트 길을 걷던 아이들이 흙먼지가 나는 길과 푸르게 펼쳐진 잔디밭 위에서 신나게 뛰어노는 장면은 언제봐도 기분이 좋다. 한여름 땡볕이 강하면 나무 그늘 아래에서 쉬기도 한다. 군데군데 벤치도 놓여 있어서 쉬기 좋다. 산비탈에 조성된 목장이라 한여름이면 다니기가 조금 버거울지도 모르겠다. 매점이 있긴 하지만 물과 간식거리는 필수로 준비하는 것이 좋다.

하늘마루 광장에서 내려다본 풍경
약간의 오르막길을 오르면 목장 일대가 시원하게 내려다보이는 하늘마루 광장이 나온다. 넓은 잔디밭이 펼쳐져 있어 아이들이 뛰어놀기도 좋고, 시원한 음료수와 아이스크림을 파는 매점도 있다. 그 옆에는 앉아 쉬기 좋은 그늘 테이블도 여러 개 마련돼 있다. 그 앞에는 구워 먹을 수 있는 숯불도 상시 태우고 있어서 매점에서 소시지나 양꼬치를 구매해 직접 구워 먹는 체험도 할 수 있다. 물론 약간의 동심파괴로 보이긴 하지만 아이들도 알 건 미리 아는 것도 좋을듯하고, 아니면 양꼬치의 정체는 당분간 비밀에 부쳐두어도 될 것 같다.

웃는듯한 양
농경사회로 접어들면서 야생의 동물들이 우리 삶 속으로 들어왔다. 고기와 가죽을 위해 수렵과 채집을 하던 인류는 약 2만 년 전부터 정착을 시작하면서 가축들을 길들이고 함께 생활하기 시작한 것이다. 야생 들개들은 인간들의 집을 지키게 되었고 더없이 소중한 인간들의 친구가 되었다. 소와 돼지는 고기를 제공했고, 양은 젖과 털을 제공한다. 인류는 풍족한 식량자원과 따뜻한 옷을 쉽게 얻을 수 있게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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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도시와 농촌이 분리되면서 도시의 아이들은 자신들이 누리는 많은 혜택들을 제공하는, 우리와 함께 살아가고 있는 그들을 잘 모르고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동물이 있는 농장으로의 여행은 그림책과 TV로만 보아오던 반려동물들을 가까이에서 살펴보고, 그들에게 고마움을 느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줄 수 있다. 그리고 인간이 아닌, 인간과 함께 이 땅에 더불어 살아가는 다른 존재를 이해하고, 교감해보는 경험을 안겨주는 것은 우리 세대가 다음 세대들에게 반드시 해줘야 할 일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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