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기초의원 이색 당선인 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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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6·13 지방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이 ‘파란 돌풍’을 일으켰다. 기초의원에 나선 민주당 후보들은 자유한국당 후보와 접전을 벌이면서 구의원으로 대거 선출됐다. 앞서 지방선거와 다른 풍경에 당선인들의 이색 이력과 선거전을 살펴봤다.

△대구 남구의회 구의원 당선자, 현직 예술인만 3명 선출

남구는 대구에서 활동하는 문화예술인들의 집결지로 불릴 만큼, 각종 공연과 예술 행사들이 펼쳐지는 지역이다. 이 가운데 당선된 3명의 구의원이 예술인 이력으로 눈길을 끌었다.

문화·예술계에 몸담고 있으면서 남구의회의원으로 나선 이정현(34·문화활동가) 남구가선거구, 정연우(40·음악인) 남구나선거구, 정연주(39·여·예술가) 남구다선거구 당선인이다. 특히 정연우 당선인은 서울대학교 사회학과를 중퇴하고 대구에 정착을 시작한 자신만의 철학을 내세웠다. 학교생활에서 한국 경제와 행정 등 사회적 문제를 곱씹었던 그는 일상의 소중함을 깨닫고 지난 2004년 대구에 정착하기로 했다. 대구에서 다양한 일자리를 경험하던 그는 어릴 적 꿈인 음악에 눈을 떴다. 정 당선인은 음향엔지니어부터 라이브 공연 바 운영 등 다양한 음악 생활을 하다 ‘레미디밴드’ 의 베이스와 작곡 겸 리더로 현재 활동 중인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정 당선인이 구의원에 나선 것은 지역 예술인들의 애환과 남구를 대구 예술 발전의 토대로 삼고 싶은 간절한 마음이었다. 그는 “대구에서 음악 생활을 하다 보면 행정 당국과 작업을 많이 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서러움을 많이 당했다”며 “문화예술인들의 고충을 대구 문화지역중심지인 남구에서부터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정 당선인은 자신을 ‘일벌레’라며 구의원의 역할도 충실히 이행할 것을 약속했다. 정연우 당선인은 “문화예술발전이 제1의 목표로 뒀지만, 구의원으로서 활동도 최우선 목표와 함께 이어나가겠다”며 “대구에 정착하는 과정에서 안 해본 일이 없다. 그만큼 모든 일에 최선을 다하고 구의원의 임무에도 충실하겠다”고 강조했다.

△‘북구나선거구, 초등학교 동창 간 치열한 선거전’…동문회 친구들 ‘난색’

대구 북구의회의원 북구나선거구에 나선 민주당 박정희(48·여) 당선인과 한국당 조명균(48) 당선인은 지난 13일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 두 당선인 모두 침산초등학교 27회 졸업생으로 동문 사이다. 학창 시절에는 잘 알지 못했지만, 10여 년 전 총동문회에서 만난 이후 동문회 때마다 서로 웃으며 안부를 묻는 친구로 지냈다. 그러던 중 이번 지방선거에 조 당선인이 후보로 나선 것을 알았고 박 당선인은 당황했던 기억을 꺼냈다. 그녀는 “동문회에서 만나다가 다른 정당, 그것도 대표 여·야 정당 후보로 만났을 때 당황스러운 마음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들은 친구였다. 본격적인 선거 운동이 시작된 이후 박 당선인과 조 당선인은 같은 지역구 안에서 수십 번이나 마주쳤다. 그때마다 그들은 손을 흔들고 힘내라며 서로를 격려했다. 불편한 마음은 총 동창회 몫이었다. 함께 동문회 활동을 이어온 두 사람 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이었던 것이다. 박 당선인은 “오히려 침산초 동문회 친구들이 난감한 기색을 보였다”며 “논의 끝에 각자 자신들의 의지대로 비밀 투표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지방 선거 투표 결과 박 당선인이 38.1%, 조 당선인이 32.4% 투표율로 북구나선거구 1·2위를 차지해 함께 구의회에 입성했다. 박 당선인은 “정당이 달라 서로 협의가 얼마나 될지 아직 미지수지만, 함께 한 지난 시절이 지역 발전에 서로 도움이 되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 같다”며 “저와 조 당선인 모두 초선인데 아직 때가 묻지 않은 순수함을 가지고 함께 침산동 발전에 힘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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