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분석] '고립무원' 민선 7기 TK 단체장 과제·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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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의 텃밭’ 대구와 경북은 이미 예고된 푸른 돌풍을 만나 휘청거렸다. 대한민국 지도 가운데 붉은색 대구·경북이 파란색 파도에 고립된 꼴이 됐다. 대통령 탄핵을 겪고도 철저한 반성과 변화를 끌어내지 못한 자유한국당의 말로라는 비판도 나온다. 권영진 대구시장 당선자와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가 겨우 체면을 차렸지만, 내우외환을 피할 수 없는 형국이 됐다. 전문가들을 통해 민선 7기의 돛을 올려야 하는 대구·경북 지방정부 수장이 떠맡은 과제와 전망을 짚어봤다.

△무너진 TK 독식 구도

문재인 대통령에 대한 높은 지지와 남북교류정책 등을 앞세운 더불어민주당은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는 아깝게 놓쳤지만, TK의 정치 균형추를 바꿔놓는 데 성공했다. 30년 가까이 이어진 자유한국당 TK 독식 구조를 무너뜨릴 수 있는 기초를 다졌다.

박정희 전 대통령의 고향으로 보수의 심장으로 통하는 구미에서 민주당 구미시장을 배출했고, 경북도의원도 비례대표를 포함해 9명이나 배출했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다. 대구에서는 민주당의 광역단체장과 기초단체장 후보들이 한국당 후보와 양강구도를 형성하면서 초접전을 벌이며 가능성을 보여줬고, 대구시의회에는 비례대표를 포함해 5명의 민주당 소속 당선자가 나왔다. 기초의회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는 “지역 유권자들이 보수의 텃밭이라는 명분을 놓지 않기 위해 광역과 기초단체장에게 표를 줬고, 광역·기초의원은 민주당 후보에 표를 주면서 실리를 얻은 것으로 본다”면서 “앞으로 한 단계만 더 뛰어넘는다면 전국적인 흐름과 같이 표심이 구현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설명했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민주당이 지방의회에서 한국당 일당독식을 뚫고 진입하면서 새로운 활력소를 만들었다”면서 “지역 유권자들은 고립이 더 짙어지는 세대와 개혁으로 꽃피우는 세대로 양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 고립된 TK 단체장

17개 광역 시·도 단체장 중에 대구시장과 경북도지사만 지켰다. 그리고는 고립됐다. 민선 7기 지방정부를 이끄는 데 있어서도 큰 어려움이 예상된다.

권영진 대구시장이 추진하고 있는 대구·경북 통합신공항 이전사업부터 재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지역 미군 부대 등지에 산재한 보급기지의 문제가 K-2 군 공항과 연계돼 있는 점을 고려하면 국방부와 지방정부, 미군, 대구시 등이 협의체를 만들어 논의해야 할 만큼 걸림돌이 많아서 정부 차원의 재고 절차가 있을 수도 있다”면서 “권영진 시장의 1호 공약부터 그 대상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정태 교수는 “기본적으로 지방정부의 수장은 당정관계를 떠나 지방주민의 이익을 대변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가짐을 갖고 중앙정부, 여당과 협력해야 한다”면서 “이번 선거에서 TK 주민들이 기존보다 많은 표로 화답했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정책적 배려를 하는 게 맞다”고 강조했다.

이성환 계명대 교수는 “외부적으로는 고립, 내부적으로는 민주당과 균형추를 맞춘 상태”라면서 이번 선거 결과를 분석했다. 그러면서 “TK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정치인인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가 수구꼴통이 아닌 개혁보수로서의 모습을 보여준다면 지역민들도 타 지역으로부터의 따돌림과 비난을 걱정하지 않게 될 것”이라고 주문했다.

△ 타당한 논리·새로운 콘텐츠가 해법

전문가들은 권영진 대구시장과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가 타당한 논리와 새로운 아이디어를 접목한 콘텐츠로 무장한다면 문재인 정부 아래에서 TK 홀대론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시 말하면, 기존의 낡은 방식을 탈피해야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하혜수 경북대 행정학부 교수는 “TK 단체장들이 어려움에 직면한 것은 맞지만, 이런 위기일수록 중앙정부가 정책적 배려를 해줄 수밖에 없는 논리나 콘텐츠로 무장한다면 자생력이 생기고, 동시에 중장기적으로 삶의 길이 열리게 될 것”이라면서 “문재인 정부도 색깔이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 지역을 홀대하거나 고립시키면 반드시 부메랑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 “지역의 광역의회나 기초의회에 민주당이라는 새로운 관점의 견제·협력세력이 섞인 덕분에 공직사회에 활력을 주고 아이디어도 샘솟을 것”이라고 낙관했다.

성영태 계명대 행정학전공 교수는 “삶의 질 개선, 일자리 창출 등 지역이 요구하는 산적한 과제를 해결해야 할 임무를 가진 지방정부의 리더들은 정치이념을 떠나서 정부나 여당과 상호협력하고 신뢰하는 차원에서 시정과 도정의 운영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그것이 소중한 한 표를 몰아준 시·도민들의 성원에 부응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이정태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과 홍의락 국회의원 등 민주당이나 중앙정부와의 소통 연결고리를 바탕으로 지역 사업과 현안을 최대한 설명해서 주민들의 이익으로 돌려야 한다”며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남북교류정책과 관련해서도 중앙정부와 공조체제를 형성해 지역이 가진 나름의 특징을 토대로 힘을 합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중앙정부에 협력하겠다”면서도 “민주당에 대한 지지기반이 약하다고 홀대한다면 역풍을 맞을 것”이라고 했다.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는 “무엇보다도 남북관계 평화모드에 우리가 발목을 잡는 인상을 준 것 같다. 새로운 대안을 내놔야 된다”고 주장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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