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력원자력이 예고 없이 이사회를 열어 월성 원자력발전소 1호기의 조기 폐쇄와 신규 원전 4기 백지화를 15일 기습 의결했다. 반대 여론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월성 1호기 폐쇄는 이사회에서 마음대로 할 일이 아니다. 월성 1호기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2022년까지 수명이 연장됐다.

2015년 2월 26일 원자력안전위원회가 회의를 열어 설계수명 30년이 끝나 가동을 멈췄던 월성 1호 원전의 수명 연장을 승인했다. 월성 1호 원전은 1983년 가동이 시작됐고, 30년이 된 2012년 가동이 중단됐다. 2012년 이후로 안전 검사를 받고 오래된 설비 9000건을 갈고, 안전성을 높이는데 5600억 원을 들였다. 또 경주 지역민과의 상생협력기금 825억 원도 내 놓았다.

월성 1호기의 잔존가치와 짓고 있거나 추진 중이던 신규 원전 4기의 이미 들어간 비용이 소멸되는 매몰 비용을 합치면 1조 원이 넘는 손실이 나는데 이는 배임 행위나 다름없다는 지적이다. 한수원은 한국전력공사가 100% 지분을 갖고 있어서 원전 관련 손실은 한전과 한전 주주의 피해로 이어질 뿐 아니라 수천억 원의 국민 혈세가 낭비되는 결과를 초래한다. 한수원 노조는 이사회의 결정에 대해 자존심과 자산을 동시에 포기하는 행위라고 규탄하고 법적 대응에 나섰다.

정부는 지난해 12월 8차 전력수급계획을 발표했다. 2030년까지 100조 원을 들여 58.5GW의 태양광·풍력 설비를 짓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신재생 에너지 생산의 부작용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태양광 발전은 전국 곳곳의 산지를 마구잡이로 깎아 전력 생산시설을 짓는 바람에 산사태 위험은 물론, 흉물이 되고 있어서 인근 주민들과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 이뿐 아니라 제사보다 잿밥 격으로 일부 사업자들은 전력 생산보다 투기 목적으로 집광판을 늘여 놓고 있는 실정이다.

태양광과 풍력은 햇빛이 없거나 바람이 약하면 전기를 생산하기 어려워 실제 가동 능력은 8.8GW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 월성 1호기와 정부가 2029년까지 가동 중단하겠다는 10기의 설비 용량을 다 합하면 9.23GW가 된다. 100조 원을 들이며 전 국토를 흉물로 만들기보다 있는 시설을 안정적으로 관리해 사용하는 것이 훨씬 경제적이고 친환경적일 것이다.

정부 여당은 지방선거 압승을 기반으로 초법적 뒤집기식 월성 1호기 폐쇄와 신규 원전 건설 백지화를 밀어붙이고 있다. 이렇게 될 경우 정부와 탈원전을 주장하는 단체의 주장대로 위험을 감수하며 살아온 경북의 경주와 울진 등 원전 주변 지역 주민들의 경제적 피폐는 어떻게 보상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

국민이 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찬성한 것이 아니다. 국가의 중차대한 에너지 정책은 국회나 공론화 위원회라도 열어서 결정해야 할 일이지 않는가. 이철우 경북도지사 당선자는 지난해 7월 당시 문재인 대통령이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월성 1호기 중단을 시사하자 대통령의 말 한마디로 원전을 중지하는 것은 초법적 발상이라고 했다. 이 당선자의 우려대로 경북 지역민의 피해가 심각한 초법적 월성 1호기 폐쇄 절차가 앞당겨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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