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한국당 의원들이 6.13 지방선거에서 무릎을 꿇었다. 지방선거를 앞두고 홍준표 당 대표는 그의 말대로 통째 다 넘어간 상황에서 “진짜 바닥 민심은 한국당에 있다. 국민이 문재인 정권의 독주를 막을 기회를 줄 것으로 기대한다”는 갈라파고스적 사고의 발언을 했다.

이 같은 당 대표의 발언이 가능했던 근거는 어디에 있었을까. 한국당은 산하 정책기관으로 여의도연구원(여연)을 갖고 있다. 여연은 “여의도연구원은 정책정당에 대한 국민의 기대를 배경으로 미국 보수혁명의 산실 헤리티지 재단을 벤치마킹해 정당 부설 정책연구소로 출범했다”고 1995년 설립 취지를 밝혔다.

여연은 이후 새누리당, 한나라당과 자유한국당까지 이어지는 보수 정당의 정책기관으로 자리하고 있다. 여연은 지난 2011년 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격상됐다. “새누리당 최고위원회와 상임전국위원회는 여의도연구소를 여의도연구원으로 격상하면서 연구와 운영의 자율성을 신장하고 연구 및 교육 기능을 대폭 확대하는 혁신 방안과 당규 개정안을 의결했다”고 홈페이지에 올렸다. 하지만 보수 ‘싱크탱크’로 탄생한 여연이 일개 여론조사 기관으로 전락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보수 정권이 몰락하고 보수 정당 자체가 궤멸의 위기를 맞고 있기 때문이다. 보수 정당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정책 방향을 정하는 두뇌 역할을 해야 할 기관이 제 역할을 못했기 때문이란 것이다.

한국당은 이번 6·13 지방선거까지 전국 단위 선거에서 세 차례 내리 패배했다. 하지만 반성한다는 말만 있을 뿐 국민 정서와 완전히 다른 길을 가고 있다. 여연이 여론조사라도 제대로 했더라면 보수가 이렇게 궤멸됐을까 하는 말이 나온다. 여연의 정세분석과 정책보고서가 당 대표에게 직보 된다는데 시대의 흐름에 역행하는 당 대표의 발언은 선거 기간 동안 계속 됐다. 여연이 정책 기관으로서의 기능을 하지 못했다고 봐야 한다.

여연은 그간 대구·경북 출신 유승민, 김광림, 추경호 의원 등이 원장을 지냈다. 정당법과 정치자금법에 따라 국고를 지원받는 여연은 시중 여론을 제대로 읽고 보수 정당의 당 대표 발언이라도 올바르게 할 수 있게 제 역할을 해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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