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13 지방선거 참패로 패닉···한국당-바른미래당 통합 거론
선별적 흡수vs해체 후 재건···추진 방식에는 이견차 여전
곱지않은 지역 민심도 걸림돌

6·13 지방선거 참패로 패닉 상태인 자유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이 ‘식물 정당’ 상태로 방향을 잃고 표류 중이다.

양당 모두 대표 사퇴로 지도부 공백 사태를 맞았지만 수습을 위해 어디서부터 손을 봐야 할지 모를 정도의 깊은 나락에 빠져 허덕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당 존립 자체가 위협받는 한국당과 바른미래당의 통합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지만 양 당은 필요성에는 공감하면서도 입장 차를 좁히지 못하고 해법만 무성한 상황이다.

실제 양 당은 보수재편을 빌미로 당 대 당 통합을 거론하며 “기득권을 내려놓고 폐허 위에 새집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한국당의 속내는 바른미래당 일부 의원의 ‘흡수’를, 바른당은 자신들을 중심으로 ‘야당 재편’을 구상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대구지역 한국당 초선 의원은 “보수가 궤멸된 상황에서 외연을 확장하려면 바른당과의 통합이 절실하다”면서도 “하지만 TK 보수를 끌어안기 위해서는 당 대 당 통합이 아닌 선별적 흡수로 새롭게 시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공동대표는 지난 14일 사퇴 선언에서 당 대 당 통합 가능성에 대한 질문에 “폐허 위에서 제대로 집을 짓기 위해 백지상태에서 시작하겠다”고 했고, 손학규 선거대책위원장도 선대위 해단식에서 “야당이 바른미래당을 중심으로 근본적으로 재편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처럼 양 당이 모두 기존 정당을 허물고 새로운 뼈대를 구축해 합치자는데는 공감하면서도 통합 방식에는 여전히 이견을 보이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어떤 형태로든 협상을 벌일 가능성이 크다.

문제는 당 대 당 통합이 세 확장을 위한 이합집산이라는 비판을 피해가기 어렵다는 점이다.

한국당 내 다수의 의원은 “희생 없는 반성 속에서 사람들이 왔다 갔다 하는 수준의 정계 개편만으로는 역풍만 부를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2016년 총선 파동,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2017년 대선 패배로 이어지는 일련의 실패에 한국당 내에서 아무도 책임지지 않았다는 점이 민심의 외면을 받은 주요 이유로 꼽는다.

특히,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 이후 반성한다는 목소리만 있었을 뿐 이렇다 할 인적 청산이 이뤄지지 않았다.

친박 의원들은 여전히 건재하고 박 전 대통령 만들기에 혁혁한 공을 세운 친박 의원 중에 ‘반성한다’며 탄핵 대열에 동참한 후 새로운 바른정당을 창당했지만 의원직만은 그대로 유지했다.

또 한국당 홍준표 전 대표, 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 안철수 서울시장 후보 등은 지난해 대선 패배 뒤 곧바로 정계에 복귀해 1년 만에 지방선거 전면에 나서면서 대선 패배에 대한 성찰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또 다른 이유는 지난 대선은 물론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한국당의 침몰을 가까스로 구해낸 TK 보수층들이 일명 ‘배신자당’으로 불리는 바른당과의 통합을 용납할 지도 미지수다.

문재인 정부의 ‘한반도 비핵화’ 추진과 일부 정책에 공감하며 민주당의 지지율이 역대 최고로 상승했지만, 아직도 TK의 한국당 적극 지지층은 바른당을 향해 “주군을 배반하고 나라를 망친 당”으로 규정하며 비난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보수 재편과 관련해 양 당의 입장은 물론 지역 민심이 엇갈리는 가운데 과연 침몰 직전에 있는 두 당이 통합을 이뤄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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