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소변이 마렵다는 만취 승객을 고속도로에 하차시켜 그 손님이 자동차 사고로 숨지게 한 혐의로 기소된 택시기사가 실형을 선고받았다.

대구지법 제11형사부(손현찬 부장판사)는 유기치사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택시기사 A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판결했다고 18일 밝혔다.

11년의 택시 운전 경력을 가진 A씨는 지난해 6월 10일 밤 11시 50분께 대구 수성구 한 LPG 충전소에서 술에 취한 B씨(21)를 태워 울산역까지 11만 원을 받기로 했고, 경부고속도로 하행선에 올랐다. 그러던 중 B씨가 소변이 급하다며 차를 세워달라고 호소했고, A씨는 영천시 북안면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부산기점 88.3㎞ 지점 비상주차대에 B씨를 내리게 했다. 고속도로에서 방향감각을 잃고 헤매던 B씨는 5분 뒤 고속도로 1차로에서 달리던 승용차와 충돌해 숨졌다.

A씨는 B씨가 2~3분이 지나도 돌아오지 않는 상황에서 후사경을 통해 반대 방향으로 걸어가자 B씨를 불렀는데도 계속해서 반대방향으로 걸어가자 밤 11시 58분께 한국도로공사에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키 165㎝, 몸무게 77㎏의 B씨는 사망 당시 혈중알코올농도 0.192%로 부검결과 측정됐고, 그가 내린 지점에서 400m 떨어진 곳에서는 신발이 발견됐다.

재판에서 A씨는 “B씨가 만취한 사실을 알지 못했고, 피해자를 방치한 사실도 없어서 유기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택시에서 내릴 당시 만취해 도움이 필요한 상태에 이르렀고, 피고인도 미필적으로나마 이러한 상황을 인식하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도 피해자의 안전을 보장할만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고속도로 위를 헤매도록 방치한 것은 사람의 생명·신체에 대한 위험을 야기한 유기행위에 해당한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또 “피고인의 유기행위는 결코 정당화될 수 없고, 책임 역시 매우 무겁다”면서 “사고 발생 후 1년이 지났음에도 단 한 번도 유족을 찾아가 사과하거나 용서를 구한 적이 없고 피해 회복을 위한 어떤 노력도 하지 않은 점, 유족이 엄정한 처벌을 거듭 탄원한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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