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교육감 8년 임기를 마치며 인터뷰

▲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이 이번달 말 임기를 마치고 자연인으로 돌아간다. 3선 도전이 가능했지만 우 교유감은 모든 역량을 쏟아부은 만큼 미련 없이 교육감직을 내려놨다.
“선생님들의 기 살리기 운동을 펼치겠다”

우동기 대구시교육감은 이번달 말 8년 동안의 교육감직을 놓는다. 4년 더 대구 교육을 이끌 기회가 있었지만 그는 미련없이 직을 내려놨다.

우 교육감은 준비했던 개혁 과제를 대부분 이행했고 하고 싶은 일도 거의 다 이뤘다고 돌아봤다. 또한 열정과 아이디어가 소진됐으며 에너지가 고갈돼 더 이상 직을 유지하는 것은 의미가 없었다고 불출마 이유를 설명했다.

자연인으로 돌아간 뒤에도 대구 교육을 위해, 특히 지쳐 있는 교사들에게 힘이 돼 주고 싶다는 바람을 들려줬다.

18일 시 교육청 교육감실에서 퇴임을 앞둔 우 교육감을 만났다.

△이번 달 말이면 퇴임이다. 퇴임 후 계획이 궁금하다

-평범한 시민으로 돌아가 소박하지만 가치 있는 삶을 계획하고 있다. 우선 우리 ‘선생님들의 기 살리기 운동’을 펼치고 싶다.

교사들이 많이 지쳐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으며 그동안 헌신적으로 협력해 준 교원들에게 보답하는 방법을 찾고 있다. 교사들의 짐을 조금이나마 덜어주기 위해 힘을 보태겠다.

구체적으로는 우선 다음 달 4일 대학교수와 교육감 퇴임 기념 출판기념회를 한다.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동안의 활동보고와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자리가 될 것이다.

출판기념회가 끝나면 같은달 7일 영국 옥스퍼드 대학에서 유럽 도시 정부의 위기관리시스템에 대해 듣고 보면서 올해 말까지 공부할 예정이다. 우리 교육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부분도 찾아볼 것이다.

개인적으로 가톨릭 신자인데 성지인 예루살렘에 가보지 못했다. 예루살렘을 순례하면서 내면을 다지고 좀 더 진실한 모습으로 돌아오겠다.

△출마했으면 당선이 보장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불출마 이유는 무엇인가

-정말 여한 없이 일했다. 모든 에너지가 빠져나갔다.

3선 제한의 의미도 알아야 한다. 3선의 마지막 임기 4년은 일종의 보너스다. 다시 출마할 이유가 없어지면서 임기 시작과 동시에 레임덕으로 들어간다. 재선으로 끝내면 레임덕은 6개월이다. 선출직을 직업으로 여겼다면 불출마를 결심하기 어려웠겠지만 소명이었고 소명은 목표가 달성되면 사라져야 한다.

지난 2014년 교육감 선거 재선에 나설 때 이미 더 이상 출마하지 않기로 결심했다. 다른 오해와 억측이 있었지만 지금은 진정성이 느껴질 것이다.

큰 도약을 위한 미래 교육의 패러다임은 새로운 리더십이 만들어야 한다는 시대적 소명을 깨닫게 된 것도 불출마 이유 중 하나다.

더 깊은 식견과 더 큰 역량, 넉넉히 미래를 품을 넓은 마음을 가진 분이 대구교육의 미래를 밝혀줄 것이라 믿는다.

△모든 것을 쏟아 부었지만 아쉬움은 없는지

-최선을 다했다고 자부하지만 아쉬움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가장 먼저 교사의 행정업무 경감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으나 체감지수는 아직도 낮다. 교육공동체의 눈높이는 갈수록 높아지고 해마다 새로운 교육수요가 발생, 교사들의 헌신적 사랑과 희생을 요구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돌아보면 임기 동안 일선 학교에서 많이 힘들어한 게 사실이다. 기존 관행을 깨고 교사 중심의 학교를 학생 중심의 학교로 바꾸기 위해 그만큼 고통이 뒤따랐다.

수학교육을 혁신하지 못한 것도 걸린다. 재미있는 수학, 논리를 중심으로 모든 과목에 융합하는 수학교육과정을 만들겠다는 설계도를 그렸다. 수학과목을 기능 중심에서 논리 중심으로 변화시키고자 많은 시도를 했지만 완성을 보지는 못했다.

예술 과목을 중심과목으로 끌어올리지 못한 것도 아쉽다. 융합교육의 핵심은 상상력이다. 그런데도 미술의 경우 ‘기능중심’, 혹은 ‘환경미화’ 과목으로 취급을 받아왔다. 그림으로만 성공하려는 미술교육은 실패할 수밖에 없다.

중국어 중심 대구국제고(이하‘대구국제고)를 임기 내 개교하지 못한 것은 가장 크게 걸리는 부분이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대비한 교육개혁의 시작은 상향 평준화를 통한 교육의 수평적 다양화이다.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을 획일적 평준화에서 찾으면 안 된다. 그런 이유로 대구국제고 개교는 반드시 추진돼야 한다.

대구국제고가 추구하는 ‘미래사회 국가경쟁력을 위한 중국 중심 전문가 및 다문화 인재 양성’은 기존 공교육 체제에서 실현하지 못한 정책이자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으로 전환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으로 본다.

대구교육박물관이 6월 15일 개관했다. 우동기 교육감이 가장 공을 들였던 정책 중 하나다. 우 교육감은 사라져가는 대구의 교육역사 자료를 체계적으로 수집 보존하고, 학생들에게 살아있는 교육역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이 되기를 기원하고 있다.
△재임 기간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가

-좋았던 일보다 가슴 아팠던 일이 먼저 떠오른다.

2011년 12월 학교폭력에 시달리던 중학생이 스스로 생명을 버리는 극단적 선택을 한 일이 있었다. 지금도 그 학생의 유서를 떠올리면 무거운 마음을 내려놓기 힘들다.

그래도 지금 보면 학교폭력 개선의 단초가 됐고 대구교육의 방향과 내용의 전환점을 맞는 계기가 됐다.

또한 대구 행복역량교육을 통해 ‘아이들은 정직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확인했다. 정부와 교육단체가 평가한 교육 분야 각종 지표가 잘 말해주고 있다. 대구행복역량교육이 거둔 값진 결실인 만큼 큰 보람이다.

마지막으로 원칙과 규범을 지키는 교육행정으로 공교육을 활성화한 것 역시 잊을 수 없다.

지난달 전국소년체육대회에서 대구중 야구부가 우승을 차지했다. 대구중은 전교생이 400명도 안 되는 학교인데 야구부가 40여 명이 넘는다. 6년 연속 기초학력미달 학생이 가장 많았다. 학교폭력 발생 비율도 높았다. 그런데도 이를 모두 극복했다. 운동부 학생도 정규수업을 다 들었다.

그 결과 지난 2년 동안 학교폭력과 기초학력 미달 학생이 제로였다. 야구부 실력도 높아졌다.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대구교육에 바라는 점은

-교육은 신뢰다. 지금까지 각고의 노력으로 두텁게 형성된 교육 주체 간의 신뢰 관계가 허물어지지 않도록 앞으로도 교육공동체 모두가 하나가 되길 바란다. 그러기 위해서 교사들을 믿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학부모들께 무엇보다도 고맙게 생각하는 것은 우리 교육을 믿어주시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현재 대구교육공동체는 매우 건강하다. 촌지 없는 공동체, 청렴한 공동체, 아이들에게 몰입하는 교사들이 있기 때문이다. 교사에게 한없는 신뢰를 주면 우리 교사들이 더욱 신이 나서 아이들을 지도하리라 믿는다. 학생·학부모·교사는 물론 지역 사회가 함께 만들어가는 교육공동체, 이것이 꿈꾸던 대구교육의 모습이다.

마지막으로 지금 우리 사회뿐만 아니라 세계적인 키워드 중 하나가 ‘제4차 산업혁명’이다. 앞으로 산업·경제의 재편이 불가피하고 교육도 마찬가지이다. 새로운 리더십이 이러한 변화를 앞서 이끌어 갈 수 있는 미래교육의 새 틀을 짜고 빈틈없이 추진해 나가길 바란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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