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종료후 보도 北中관행 깨져…‘글로벌 스탠더드’ 수용 양상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세번째 중국 방문에 나선 가운데 이날 오전 중국 베이징 서우두 공항 국빈터미널에서 김 위원장의 전용차량이 나오고 있다. 이날 북한 차량 행렬에는 김 위원장의 마크로 추정되는 금색 휘장이 새겨진 차량 두 대가 포착됐다. 연합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19일 세 번째 중국 방문에 나선 가운데 중국 관영 언론이 이례적으로 김 위원장 도착 직후 그의 방중 일정을 보도해 눈길을 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한국 시간으로 이날 오전 11시 14분 “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 겸 국무위원장이 6월 19∼20일 중국을 방문한다”는 영문 기사를 타전했다.

중국 관영 중국중앙(CC)TV도 신화통신과 비슷한 시각 김 위원장의 방중 일정을 속보로 전했다.

김 위원장이 국내 시찰에 이용하는 안토노프(An)-148 기종 고려항공 특별기 1대와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때 전용차 등을 실어날랐던 화물기 1대는 앞서 이날 오전 10시 30분께(베이징 현지시각 9시 30분) 베이징 서우두(首都) 공항에 착륙했다.

김 위원장이 베이징에 내린 지 채 1시간이 되지 않은 시점에 방중 사실을 보도한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19일 오후 1시 현재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북한 최고지도자가 일정을 모두 마치고 중국 땅을 떠난 뒤에야 이를 공개했던 과거 북·중 관영언론의 관행이 이번에는 적어도 한쪽에서 깨진 셈이다.

김 위원장의 집권 후 첫 해외방문이었던 지난 3월 25∼28일 1차 방중 당시 중국 당국은 김 위원장의 방중 사실을 함구했다. 그러다 김 위원장의 특별열차가 중국을 빠져나간 28일 오전에야 북·중 관영언론이 동시에 관련 보도를 내놨다.

김 위원장이 5월 7∼8일 랴오닝(遼寧) 성 다롄(大連)을 찾아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깜짝’ 회동한 2차 방중 때도 김 위원장의 전용기가 다롄에서 출발한 8일 저녁 북·중 언론이 이를 동시 보도했다.

과거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중국을 찾았을 때도 북한 매체들은 중국 방문 일정을 모두 마칠 때 방중 사실과 내용을 보도한 사례가 많았다.

이런 관례는 전통 혈맹으로서 북한과 중국의 ‘특수관계’를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했다. 중국이 다른 나라 정상들과 차원이 다른 통제 시스템과 경호를 북한 최고지도자에게는 제공한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김 위원장의 3차 방중을 중국 매체들이 신속 보도한 것은 최고지도자의 동선을 철저히 비밀에 부쳐왔던 북한이 대외관계 관례에서 ‘글로벌 스탠더드’를 점차 수용한다는 신호로 해석할 수도 있다.

김 위원장이 6·12 북미정상회담 참석을 위해 지난 10∼13일 싱가포르를 방문했을 때도 이런 조짐이 나타났다.

당시 북한 매체들은 김 위원장의 평양 출발과 싱가포르 도착, 마리나베이 샌즈 호텔 전망대 등 현지 명소 방문,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의 회담 등 일정을 각각 그 다음 날에 비교적 신속하게 보도했다. 싱가포르 외무장관은 김 위원장의 명소 방문을 수행하며 함께 ‘셀카’를 찍고 실시간으로 SNS에 올리기도 했다.

과거에는 상상하기 어려웠을 북한 최고지도자의 이런 모습은 앞으로 김 위원장이 여러 방면에서 정상외교를 본격화하면 더욱 빈번하게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북한의 정상의전 관행도 자연스럽게 과거의 폐쇄성을 줄이고 ‘일반적’ 관례를 수용하는 쪽으로 나아갈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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