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시덤불을 본다
가시가 가시를 찔러라고 손뼉을 쳐본다
고개 떠밀고 들어가고 싶은
가시덤불의 가시가 가시를 찔러라고
가시덤불 세차게 흔들어본다
참새떼가 가시덤불 속으로 날아들면
가시덤불은 가시를 감춘다
가시가 가시를 위해
서로를 감추고 있다
가시덤불 속으로 손 넣었다
날렵한 고양이 발톱으로 할퀴고 있다
망개 열매 붉은 핏방울 흘리게 한다
가시는 가시를 평화롭게 한다





(감상) 자신의 권력으로 가시덤불을 흔들어 약자에게 상처 주는 이를 본 적이 있다. 가시에 찔린 상대방을 보고 통쾌해 하며 어깨에 잔뜩 힘이 들어간 이를 본 적이 있다. 약자끼리 서로 찌르라고 싸움을 부추기며 즐거워하는 이를 본 적이 있다. 자신의 복(福)이 남의 노력으로 쌓여졌음을 전혀 모르고, 참새처럼 하찮게 여기는 족속들을 본 적이 있다. 결국 가시덤불을 마구 흔들다가 핏방울 뚝뚝 흘리는 나를 발견할 것이다. 오히려 연약한 참새들이 가시덤불 속을 무사통과하고 자유자재로 돌아다닌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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