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고법, 수형자 기본권 인정

여성의 나체 사진과 성행위 묘사 글이 담긴 잡지라 하더라도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교도소 반입을 허락해야 한다는 법원 판결이 나왔다. 청소년유해간행물은 성인이면 누구나 구독할 수 있다. 유해간행물은 공공질서 또는 인간의 존엄성을 뚜렷이 해치는 반사회적·반윤리적인 내용의 유해한 간행물로 출판문화산업 진흥법에 따라 간행물윤리위원회가 심의·결정하며, 배포 자체가 금지된다.

대구고법 제1행정부(정용달 부장판사)는 경북의 한 교도소 수형자 A씨가 교도소장을 상대로 낸 영치품 사용 불허처분 등 취소소송 항소심에서도 원심과 같이 A씨의 손을 들어줬다고 19일 밝혔다.

2010년 5월 성폭력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강간 등 상해)죄로 징역 13년의 형을 선고받고 이듬해 7월부터 경북의 한 교도소로 이감된 A씨는 지난해 4월 18일 외부에서 택배로 배송돼 온 청소년유해간행물로 분류된 B 잡지의 교부신청을 했다.

교도소장은 ‘수용자 교정교화에 적합하지 않은 음란한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는 이유로 교부신청을 불허했다.

A씨는 지난해 6월 22일 “해당 잡지는 성인이면 누구나 구독할 수 있고, 형집행법에서 정한 유해간행물에도 해당하지 않는데도 자의적으로 교부신청을 불허한 처분은 언론·출판의 자유 등에 의해 보장되는 알 권리나 소비자로서의 권리 등을 침해하고 비례에 원칙에 반하여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것으로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다.

재판부는 “음란성의 범위를 폭넓게 인정함으로써 교도소 내 질서유지 등의 공익과 비교해 원고의 기본권을 지나치게 제한한 것으로 재량권을 일탈·남용한 위법한 처분에 해당한다”면서 “유해간행물에 해당하지 않는 잡지에 대해 함부로 형집행법 시행규칙 등에 따른 내용의 음란성을 이유로 수용자의 잡지 구독신청을 불허할 수 없다”고 판시했다. 특히 “잡지 내용의 선전성과 음란성은 상대적으로 변화하는 유동적인 개념이어서 기준이 모호한 데다 심의자의 주관적 의견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면서 “해당 잡지 내용은 음란한 내용을 노골적으로 묘사해 사회의 건전한 성도덕을 뚜렷이 해치는 것에 이르지 않고, 수형자의 교화 또는 건전한 사회복귀를 해칠 우려도 없다”고 설명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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