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보수가 궤멸 됐다.” 6·13지방선거에서 보수의 본류로 불리는 자유한국당이 참패를 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한국 보수가 늪에 빠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대통령이 탄핵 되는 지경에 이르도록 무감각했고, 탄핵 이후에도 누구 하나 책임지기는커녕 계파 싸움에만 몰두했다.

지난 6·13지방선거를 앞두고도 이 같은 현상은 그대로 이어졌다. 보수를 자처하는 한국당 대표는 남북 정상의 만남을 두고 “김정은과 주사파의 숨은 합의”, “남북회담은 위장 평화쇼”, “다음 대통령은 김정은이 될지도 모르겠다”는 시대착오적 발언을 쏟아냈다. 이 같은 막무가내식 꼴통 보수, 수구 보수의 행태에 보수를 자처하던 국민조차 등을 돌리게 했다.

어쩌면 X맨 ‘홍준표의 빅 픽쳐?’ 였는지 모르겠다. 6.13 지방선거에서 대구·경북(TK)의 정치지형에 엄청난 변화의 바람이 불었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경북도지사와 대구시장은 자유한국당 후가 당선됐지만 상당수의 지방의회가 양당 구도라 부를 만큼 여당인 민주당 후보들이 여럿 당선됐다. 박정희 대통령의 고향 구미시장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됐다. ‘새는 좌우의 날개로 난다’는 상투적이지만 지당한 경구처럼, 그간 오른쪽 날개로만 퍼덕이던 TK에 왼쪽 날개가 돋아나기 시작한 것이다.

다음 달 1일 출범하는 지방의회에 새 바람이 일 전망이다. 제11대 경북도의회는 정족수 60명 가운데 9명, 제8대 대구시의회는 정족수 30명 가운데 5명이 민주당 소속이다. 기초의회는 대구 전역이 사실상 양당체제로 재편됐다. 수성구의회는 민주당보다 한 석 더 많아 의장 자리까지 차지할 가능성이 높다. 다른 구의회도 민주당과 한국당의 의석 차가 1~3석에 불과하다. 경북의 포항과 구미시도 민주당 당선자가 각 10명과 9명이나 된다.

이제 TK 지방의회도 양당제 의회의 모습을 갖춰 집행부에 대한 효율적인 견제와 정책 경쟁이 가능해진 것이다. 6·13지방선거는 TK 지역에서 특정 당의 싹쓸이 부작용과 폐해가 청산되고 진정한 지방자치가 시작되는 것을 알린 것이다. 왼쪽과 오른쪽 날개를 갖춘 지방의회에 거는 기대가 크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논설주간

저작권자 © 경북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