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해는 생물이 살아가기에 가장 가혹한 환경이다. 물과 빙산밖에 없는 삭막한 세계다. 바닷물 속 플랑크톤을 먹고 사는 작은 물고기들은 대구 같은 큰 물고기의 밥이다. 그 대구를 쫓아가 잡아먹는 바다표범은 북극곰의 주식이 된다. 북극해의 먹이사슬 제왕은 북극곰이다. 자신을 공격해 올 천적도 없어서 두려워할 것이 조금도 없다. 그렇다고 북극곰이 언제나 느긋하게만 지낼 수는 없다. 먹이를 찾아 헤매는 고생과 먹이를 뒤쫓는 수고로움은 아프리카 초원의 사자나 별다를 바 없다. 천적이 없다 보니 혹한에 버티는 힘이 극지방 동물 중 가장 약하며 번식력도 제일 약하다. 그래서 숫자도 매우 적다.

영국 BBC 방송은 지구 온난화로 인해 북극곰이 앞으로 100년 안에 멸종하게 될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북극곰은 바다 위로 떠도는 얼음을 타고 다니면서 바다표범을 잡아먹고 동굴로 돌아갈 때도 얼음을 건너뛰어 이동하는데 온난화로 얼음이 녹으면서 북극곰도 사라진다는 예측이었다. 그것은 평생을 바다 얼음에 의존해 사는 북극곰의 비극적 숙명이라 했다. 2000년 초엽 BBC 방송은 환경오염물질의 영향으로 북극곰들이 양성화(兩性化) 됐다고 보도, 북극곰 생존에 적신호를 보냈다.

노르웨이와 북극 중간에 위치한 스발바르섬의 생태계를 조사한 ‘스발바르 과학포럼’은 이 섬의 북극곰 300여 마리 중 10%가 넘는 40마리에서 암수 생식기를 함께 발견했다고 밝혔던 것. 이러한 현상은 10년 전까지만 해도 찾아볼 수 없었다고 했다. 과학자들은 북극곰의 양성화 원인으로 환경오염물질인 폴리염화비패닐(PCB)을 꼽았다. PCB가 북극곰의 내분비체계에 변화를 가져와 생식기 이상으로 나타난 것이라고 했다. 스발바르에서는 PCB를 직접 사용한 예가 없었지만 남풍을 타고 유럽 산업폐기물로부터 옮겨 온 것으로 추정됐다.

에버랜드에 있는 국내 유일의 북극곰 통키가 노후의 여생을 위해 북극곰 서식지와 비슷한 환경을 가진 영국 요크셔 야생공원으로 옮겨간다고 한다. 24세 통키는 사람 나이로 치면 70~80대 고령이다. 북극곰의 노후 여생을 배려한 인정(人情)이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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