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이 부산시의회 간담회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나타내면서 국론분열은 물론 지역갈등을 부채질하고 있다. 6·13 지방선거에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나와 당선된 오 당선인은 공약으로 가덕도 신공항 추진을 들고 나왔다. 오 당선인은 이번 선거에서 압승한 정부 여당을 등에 업고 전 정부가 이미 불가능하다고 결론 낸 일을 뒤집으려 하고 있다.

오 당선인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발언이 알려지자 대구 경북 지역민들이 분노하고 있다. 부산의 일방적 신공항 추진으로 지난 2011년과 2016년에 이어 지역 갈등이 재연되고 있는 것이다. 2016년 김해공항을 신공항 규모로 확장하는 정부 결정에 따라 대구공항통합 이전을 준비 중인 대구시와 경상북도는 가덕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에 대해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며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강경한 입장이다.

정부는 지난 2011년 영남권 신공항을 건설하는 대신 기존 김해공항을 신공항 규모로 확장해 항공 수요를 감당하겠다는 결정을 내렸다. 당시 신공항입지평가위원회는 가덕도나 밀양의 신공항이 경제성이 미흡하고 환경훼손이 우려된다며 건설 백지화를 선언했다. 부산과 경남지역이 정부의 기존 정책을 수용하지 않고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할 경우 대구 경북민과 정치권이 좌시하고 있을 리 없다.

대구시와 경북도는 이미 가덕도와 밀양 신공항 백지화 이후 대구공항 통합이전 작업에 착수, 막바지 이전 후보지 선정 절차를 진행 중이다. 김해공항 확장을 전제로 대구공항 통합이전이 추진되고 있는 것이다. 김해 신공항이 결정된 상황에서 가덕도 신공항을 재추진하는 것은 국론분열과 지역갈등만 조장할 뿐이다.

권영진 대구시장은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의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공약 실천 의지’에 대해 불가능한 일이며 비상식적이라고 했다. 또 김해공항을 5조9천억 원을 들여서 확장하고 있는데, 다시 가덕도 신공항을 건설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가덕도는 이미 공항이 안 된다고 결론 났다고도 했다.

하지만 6·13 지방선거에서 부산시장과 경남도지사 모두 민주당 후보가 당선되면서 정부가 이들의 주장을 정무적 판단으로 받아들이지 않을 지 우려된다. 수년 간에 걸쳐 논의되고 용역조사를 해서 불가능한 것으로 결론지은 사업을 지방자치단체장 공약이라며 재추진에 나선다는 것은 오만함의 극치다. 혹시라도 선거에서 일방적 승리를 거뒀다고 밀어붙이기를 시도하면 국가적 혼란을 초래하는 것은 물론 또 다른 적폐가 될 것이다. 정부는 지역 간 갈등의 골이 더 깊어지기 전에 오거돈 부산시장 당선인의 가덕도 신공항 추진에 대해 명확한 불가 입장을 하루빨리 밝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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