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학·백학 노닌 웅장한 기암 절경 사이로 쏟아지는 폭포 백미

주왕산의 기암들
청송은 경북의 대표적인 청정지역으로 손꼽히는 데다 유네스코 세계지질공원으로 지정될 만큼 기암 절경이 많은 곳이다. 바위와 계곡이 기가 막히게 어우러진 옥계계곡과 팔각산, 얼음골 등이 유명하다. 그중 주왕산은 기암들의 향연이 이어지는 절경의 정점을 찍는 청송의 대표 핫플레이스다. 특히 가을에는 계곡과 단풍을 즐기러 온 방문객과 등산객들로 인산인해를 이룬다. 오히려 더운 여름이 좋을 수도 있겠다. 뜨거운 도심을 피해 시원한 계곡 길을 걷고, 쏟아지는 폭포를 보는 것이 피서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시원한 숲길 산책로
주왕산은 등산보다 산 아래 계곡 트래킹 코스가 더 유명한 곳이다. 대전사에서 출발해 계곡을 따라 3개의 폭포를 찍고 다시 돌아오면 얼추 9km 정도의 거리가 나오는 코스다. 고저차이가 거의 없는 평지길이고 길이 잘 정비가 돼 있어서 힘들이지 않고 산책하기 좋은 길이다.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이 없고, 아이들 유모차를 끌고도 다녀오는 길이어서 산책 수준으로 생각해도 된다.

진입로의 상가들
주차비가 다소 무겁다. 5000원의 주차비로 주차를 하고 대전사 입구까지는 약 800m 정도의 거리를 걸으면 된다. 가는 길의 왼쪽에는 시냇물이 흐르고 있고, 오른쪽에는 다양한 음식의 식당과 특산물을 판매하는 가게들이 줄지어 있다. 상인들의 자정노력인지는 몰라도 예전만큼 호객행위를 하지 않아서 부담 없이 지날 수 잇다. 하지만 고소한 파전 냄새와 사과가 둥둥 떠 있는 사과 막걸리의 비주얼이 호객행위를 하는 데 꾹 참고 내려올 때 두고 보자고 마음을 먹는다.

대전사 입구 매표소
입장료는 성인 기준 3500원이다. 얼마 전에 요금이 살짝 올랐나 보다. 아무튼 정문을 통과하면 바로 대전사가 나오는데 대전사는 주왕산 폭포길의 시작점이다. 대전사 보광전 뒤로 하늘을 떠받치고 있는 일곱 개의 돌기둥인 기암단애가 펼쳐지는데, 이 풍경은 주왕산 3대 폭포와 함께 인증샷을 챙겨야 하는 대표적인 포토존이기도 하다. 불룩 솟아오른 이 기둥들은 마치 거대한 손가락 같아서 일명 ‘부처님 손바닥’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대표적인 포토존인 대전사 보광전과 기암단애
대전사를 지나 가장 안쪽에 있는 폭포인 용연폭포까지의 길을 ‘주왕동천길’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급수대 바위 맞은편에 ‘주방동천 문림천석’이라는 글자가 새겨져 있는데, ‘주방의 빼어난 산천 경관은 문림랑공(청송심씨의 시조)의 것이다’라는 뜻이라고 안내판에 적혀 있다. 주방은 주왕산의 옛 이름이라고 한다. 뭔가 꽤 운치가 있어 보이지만 결국 자연 경관에 일개 개인이 낙서를 한 셈이다. 예나 지금이나 경관이 좋은 곳에 자신의 이름을 새기고 싶어 하는 인간의 욕망은 한결같은가 보다.

길의 한쪽에는 계곡 물이 흐르고 한쪽에는 산비탈인 이 길은 거의 전 구간이 나무그늘로 덮여 있다. 시원한 녹색 풍경을 눈에 담으며 천천히 또 천천히 걸어보자. 숲의 맑은 산소가 내 몸의 세포 하나하나에 스며들 때까지 천천히 숲에 머물러 보자.

주왕이 숨어 있었다는 주왕굴
산책로를 따라 편하게 폭포까지 갈 수도 있지만 조금 산길을 둘러 주왕암과 주왕굴을 보고 가면 좋다. 주왕굴은 주왕산 산 이름의 유래 중 하나이기도 한 이야기가 전해진다. 옛날 중국 진나라에서 스스로 주왕이라 불렀던 자가 이곳까지 도망쳐와서 기거했던 곳이 주왕굴 근처라고 한다. 산세가 깊어 숨어 지내기 좋은 장소였으리라. 당시 그를 쫓던 당나라의 요청을 받은 신라군을 막기 위해 쌓아 올린 자하성(주왕산성)도 주왕의 유적 중 하나다.

자연탐방로
주왕암을 나와서 다시 산책로까지 내려가지 않고, 오른쪽으로 이어지는 자연 탐방로를 이용하면 좋다. 산 중턱을 이어주는 숲길인데 좁은 오솔길이 아기자기하며 숲 그늘이 좋은 길이다. 이 탐방로를 가다 보면 망월대 전망대에 올라볼 수 있는데 이곳에서 주왕산 계곡을 굽어 내려다볼 수 있고, 급수대 등 거대한 바위들의 절경을 마주할 수 있다.

절경의 바위에 청학과 백학이 둥지를 틀고 놀았다는 학소대를 지나면 용추협곡이 펼쳐진다. 이 바위 협곡은 우리나라의 다른 곳에서는 보기 힘든 매우 이국적인 풍경이다. 이는 주왕산의 기반을 이루는 암석들이 풍화와 침식에 강한 안산암으로 이뤄져 있어서 모진 세월을 버틴 결과로 웅장한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는 것이라고 한다.

제1폭포 용추폭포
주왕동천길에는 3개의 큰 폭포가 있다. 제1 폭포인 용추폭포는 협곡의 깎아지른 병풍바위 아래를 폭포수가 휘돌아치며 떨어지는 모습이 장관이다. 4단으로 떨어지는 폭포 가운데는 동그랗게 용소도 파여 있어서 빼어난 절경을 더해준다. 이 용추폭포가 있는 용추계곡의 절경은 이 계곡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백미다.

제2폭포 절구폭포
제2 폭포 절구폭포는 2단 폭포로 동그랗게 움푹 파인 바위를 거쳐서 폭포수가 떨어지는데, 이름 그대로 마치 절구같이 생겼다. 수량이 많은 날에는 절구 안으로 쏟아지는 폭포수에 더 없는 장관이 펼쳐진다.

절구폭포 앞 계곡
절구폭포는 폭포 자체도 좋지만, 그 앞 계곡이 빼어난 곳이다. 주 등산로에서 다소 벗어난 지점이어서 비교적 조용한 편이기도 하고, 숲 그늘이 깊어서 시원하다. 바위에 앉아서 계곡 물에 발을 담그기에도 좋은 곳이다. 한여름에도 계곡 물이 뼛속까지 시리다는 것이 어떤 뜻인지 알고 싶다면 반드시 트래킹화와 양말을 벗고 발을 담가봐야 할 것이다. 주왕산 계곡 길은 천천히 걸어도 3~4시간이면 끝나는 코스다. 산의 깊은 계곡의 품에 안겨 30분이고 1시간이고 물소리를 듣고 와야 한다.

제3폭포 용연폭포
조금 더 발걸음을 옮기면 종착지인 제3 폭포 용연폭포를 만난다. 용연폭포는 2단 폭포로 전망대가 위쪽과 아래쪽에 두 군데 있다. 이곳 다음부터는 등산로가 이어지므로 산책용 트래킹은 여기서 끝내는 것이 좋다.

하산 후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 또 상가들을 지난다. 여느 관광지처럼 이곳에도 가격대가 다소 비싸지만 파전에 막걸리 정도는 괜찮을 것이다. 맛좋은 카페도 몇 군데 들어서 있다. 시원한 아메리카노 한 잔이면 트래킹 후 땀과 더위가 싹 가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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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 이재락 시민기자


초여름이지만 뜨거운 날씨에도 제법 많은 사람들이 주왕산을 찾는다. 사람들은 편리한 도시 속에서 최첨단의 환경을 향유하고 있으면서도 틈만 나면 자연을 찾아 떠난다. 편리하게 이동할 수 있는 차량을 버리고 두 발로 걷기도 하고, 시설 좋은 워터파크를 벗어나 계곡으로 찾아 들어간다. 편리한 펜션에 가면 될 것을 힘겹게 텐트를 치고, 고급 레스토랑 대신 코펠에 라면을 올린다. 시원한 숲 그늘이라고는 하지만 카페의 에어컨만큼 시원할 리가 없다. 땀 흘리며 걷고, 땡볕 속에서 살이 타도 사람들은 산을 찾아가고 바다를 찾아간다. 문명을 잠시 벗어나 푸른 대자연과 함께하는 모든 것이 힐링이요, 모든 장소가 핫플레이스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의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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