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
"1차 수사권·수사종결권 부여···현실적으로는 아무 의미 없어"
'영장청구권 제외' 불만 부추겨···검찰 "경찰 원하는데로 가져가"

김부겸 장관(왼쪽부터)과 이낙연 국무총리, 박상기 장관, 조국 청와대 민정수석이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검경 수사권 조정 합의문에 서명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연합
정부가 발표한 검경 수사권조정을 놓고 일선 경찰관들은 시큰둥한 반응이 주를 이뤘다.

다만 검찰과 경찰이 어느 정도 균형을 맞추는 등 상징적인 부분은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정부는 21일 합의문 형식의 검·경 수사권 조정안을 발표했으며 경찰청은 공식 입장을 통해 환영 입장을 냈다.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반영됐으며 민주적 수사제도로의 전환이라고 평가했다.

대구·경북지방경찰청도 경찰청의 공식 입장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일선 경찰의 반응은 허울뿐인 조정안이라는 박한 평가가 주를 이뤘다.

우선 1차적 수사권과 수사종결권 부여는 현실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다고 평가 절하했다. 지금도 수사 과정에서 검찰이 지휘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것이다.

또한 경찰이 불송치, 종결한 사건은 검찰이 재수사를 지시할 수 있는 만큼 상징적인 구호에 불과하다고 전했다.

특히 핵심은 영장 청구권인데 이는 사실상 제외된 것도 일선 경찰의 불만을 부추기고 있다.

조정안은 경찰이 신청한 영장을 검사가 청구하지 않으면 이의제기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를 심의하는 기구를 검찰에서 운영해 경찰 입장에서는 무용지물이라는 것이다.

대구지역 일선 수사과장은 “구속영장 청구까지는 바라지도 않는다”며 “48시간 안에 증거를 수집하고 혐의를 입증해야 하는 경찰의 여건을 고려해 최소 압수수색 영장까지는 넘어왔어야 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여기에 검찰의 수사 통제 권한이 오히려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검찰이 보완수사를 요구할 수 있으며 요구를 받지 않으면 해당 경찰의 직무배제나 징계를 요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수사 결과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검사가 수사한 경찰을 제외하거나 징계도 가능하다고 날을 세웠다.

자치경찰에 대해 경찰은 특별한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만 수사권 조정과 자치경찰제는 다른 문제인데 이를 한번에 발표한 것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시각을 드러냈다.

지방청 관계자는 “자치경찰은 분권화 시대 경찰 개혁 방안 중 하나로 별다른 이견은 없다”며 “그렇지만 수사권 조정과 차원이 다른 문제인데 함께 발표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설명했다.

일선 경찰이 불만을 쏟아낸 반면 수사권 조정 관련 전문가들은 이번 조정안이 경찰 스스로 가져온 결과라는 의견을 내놨다.

익명을 요구한 한 법학 관련 교수는 “그동안 검찰이 과도한 수사지휘권을 가지고 있어 경찰과 나눠야 한다는 것이 대다수 전문가의 입장이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몇년 동안 경찰 수장들이 권력에 아부하면서 수사권 조정에 대한 국민 여론이 역전됐다”며 “경찰 신뢰를 스스로 무너뜨린 만큼 이번 결과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또 다른 A교수는 수사권 조정을 위해서는 자치경찰제 도입, 경찰의 인권보호 개선 등의 조건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들 조건이 충족되지 않은 상황에서 입법이 이뤄지면 더 큰 부작용이 발생할 것이라고 우려를 나타냈다.

A교수는 “과거 경찰의 인권유린 등 비대한 경찰 권력의 피해를 잊지 말아야 한다”며 “경찰이 변화할 준비가 돼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라도 유예기간을 두고 입법을 하는 것이 옳다”고 말했다.

한편 대구지방검찰청은 이번 조정안에 대해 경찰이 원하는 데로 가져간 것으로 보인다고 말을 아꼈다.

대구지검 관계자는 “전반적으로 경찰 수사권이 확대된 것으로 보는게 일반적”이라며 “경찰을 견제할 수단이 미비한 것 같아서 장기적으로 검찰 수사 역량 하락 등 우려스러운 점이 많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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