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성환 계명대학교 교수
자유한국당은 혼란의 극치를 달리고 있다. 한국 보수의 퇴행을 불러온 홍준표 대표가 사퇴한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청산 대상 한국당 의원들의 범주를 열거했다. 한국당 의원 거의 대부분이 해당한다. 이뿐 아니다. SNS 상에는 한국당 의원 전원을 이번 지방선거 패배의 ‘공신(功臣)으로 열거하고 있다. 과장은 있겠지만, 국민은 한국당 자체가 아니라 한국당 소속 의원을 적폐 청산 대상으로 삼은 것이다. 보수 계열 정당 전체에게 공통된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라고 무릎 꿇는 퍼포먼스를 국민들은 쳐다보지 않는다. 초선의원들이 중진의원들의 은퇴를 요구하는 성명을 도둑이 매를 든 꼴로 보고 있다. 김성태 대표 권한대행이 중앙당 축소, 인적 청산을 위한 비상대책위원회 구성을 발표했지만 감흥이 없고 내부 반발도 심하다. 중진의원들이 대책 논의에 나섰지만, “특별한 대책이 당장 나오겠냐”며 회의는 취소됐다. 백약이 무효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한국당 내부에서는 “이번 선거에서 콘크리트 우파가 30% 정도 있다는 게 입증됐다”며 성찰 없는 태도를 보이는 의원이 있다. 이번 선거가 입증하듯이 소선거구제 하에서 30%는 의미가 없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30%라는 숫자는 우리나라의 60세 이상 인구와 대구 경북의 인구가 전체 인구에서 차지하는 비율과 비슷하다. 한국당이 노인층과 대구·경북을 기반으로 하는 ‘늙은 지역당’이라는 의미이다. 그러니 그들에게는 구태가 편하고, 젊은 층의 유입을 막는다. 청소년들이 18세 선거권을 요구하며 한국당 앞에서 시위할 때 그들은 “개가 짖어도 기차는 간다”며 외면했다. 노인들만 있는 곳에 ‘철없는’ 아이들이 오면 불편하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노인만을 위한 나라는 없고 그들도 언젠가 유권자가 된다.

이 상태로 가면 한국당은 완전히 노인당으로 전락하고 시대의 가치를 담을 수 없다. 공산권 국가 가운데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이 망하고 중국이 살아남은 이유 가운데 하나는 지도자의 노쇠화와 관련이 있다고 한다. 소련과 동구권 국가들의 공산당 서기장은 죽을 때까지 권좌에 있었다. 그러나 중국은 모택동 사후 10년마다 젊은 지도자로 교체하면서 살아남았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한 것이다.

지금 국민은 총선을 원한다. 이번 선거가 총선이었다면 한국당은 50명도 당선되지 못했을 것이다. 불행하게도 총선은 2년이 남았다. 할 수 없이 국민은 한국당이 바뀌기를 바라고 있다. 국민은 사람이 달라지라고 하는데, 한국당은 명찰만 바꿔 달 생각을 한다. 사람이 달라지기 위해서는 신념체계를 바꾸고, 새로운 가치를 수용해 정체성을 재정립해야 하는 과정을 거쳐야 하기 때문에 뼈를 깎는 성찰이 필요하다. 시간도 걸린다. 상대에게는 납득할 수 있는 태도를 보여야 한다.

보수는 무조건 기존의 것을 지키고 새것을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 무조건 지키면 잘해야 현상유지이고, 그것은 수구이다. 우리 사회는 끊임없이 변하고 새것이 생겨난다. 보수는 가장 소중한 가치를 지켜가기 위해 끊임없이 변해야 한다. 집 안의 가보를 대대로 잘 지켜 가기 위해서는 자식을 잘 키워야 할 뿐만 아니라 새로 들어오는 며느리를 내치면 안 된다.

한국당은 겉모습의 화장을 고치려 하지 말고 생각이 바뀌고 있다는 것을 보여야 한다. 지금의 어깃장을 거두고 판문점 선언 국회동의, 선거연령 인하, 헌법개정, 체포동의안 찬성 등에 나서서 국회를 정상화하고 민생을 살피는 것이 그 한 방법이다. 젊은 층에서 보수의 가치를 찾는 역발상의 과감한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 그러면 보수는 새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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