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정치사의 ‘풍운아’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23일 오전 별세했다. 향년 92세. 김 전 총리는 1980~90년대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과 함께 권력의 한 축을 나눠 가지고 경쟁하던 이른바 ‘3김 시대’의 주역이었다.

그의 정치 일생은 1963년 공화당 창당으로 시작했다. 516 군사 쿠데타를 주도했던 그는 공화당을 창당하고 그해 치러진 6대 총선에서 당선됐다. 이후 16대까지 내리 9차례 국회의원에 당선, 9선 의원을 지냈다. 또 1961년 중앙정보부를 창설해 초대 부장에 오른 것을 시작으로 줄곧 영원한 ‘2인자의 길’을 걸었다.

1997년 10·26사태로 박정희 대통령이 암살되자 야당 대통령 후보를 놓고 김영삼과 김대중이 일전을 벌였다. 김종필도 공화당 후보로 출마할 움직임을 보이면서 ‘3김 시대’의 막이 올랐다. 1987년 대선에서 김영삼과 김대중이 따로 출마하고 정계를 한동안 떠나 있던 김종필이 충청권 맹주로 부상하고 여당의 노태우가 출마했다. 선거 결과 노태우 대통령이 당선됐다. 1990년에는 노태우·김종필·김영삼이 ‘3당 합당’에 참여해 거대 여당인 민자당이 탄생했다.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김영삼이 여당 후보로 나와 대통령에 당선됐다.

이후 정계를 은퇴했던 김대중이 1994년 돌아와 새정치국민회의를 창당하고, 김종필도 1995년 여당인 민자당을 탈당, 충청권 기반의 자민련을 창당했다. 이후 1997년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은 김종필과 연대를 모색했고, 후보 단일화를 이뤄 네 번 도전 끝에 1997년 대통령에 당선됐다. 2002년 대선에서 노무현 대통령이 당선되면서 3김 시대는 사실상 끝났다고 할 수 있지만 그때까지도 김종필은 여전히 자민련 총재로 남아 있었다.

2004년 총선에서 패배, 자민련이 소수 야당으로 전락하자 길고 긴 정치 여정을 마감하고 정계 은퇴를 선언했다. ‘3김 정치’는 민주화와 근대화에 기여했다는 긍정 평가와 함께 영남과 호남, 충청을 기반으로 하는 3김씨의 지역패권주의와 부패정치, 보스 중심 붕당정치의 폐해를 남겼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3김 중 마지막으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별세함으로써 진정한 ‘3김 시대의 종언’을 고했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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