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곳곳서 불만 터트려
지난 23일 동성로 대구백화점 앞 광장부터 한일 CGV까지 200여m 거리는 퀴어축제 공연 무대와 행사장이 꾸며졌다. 전국에서 모인 1500여 명의 축제 참가자들은 성 소수자를 상징하는 ‘무지개’로 온몸을 치장했고 춤과 노래로 축제를 즐겼다.
그러나 같은 날 오후 5시께 4000여 명의 기독교 단체 구성원들이 퀴어축제 장소로 모여들면서 기류가 바뀌기 시작했다. 이들은 앞서 2·28 기념 중앙공원에서 30개의 현수막을 걸고 동성애 반대 행사를 펼친 후 동성애 반대를 외치기 위해 동성로 일대로 진입했다. 전국에서 모인 예수재단, 대구성시화운동본부 등 기독교 단체는 ‘사랑하기 때문에 반대해요’, ‘동성애 유전이 아닙니다’ 등이 새겨진 티셔츠를 입고 축제 행사장으로 향했다. 특히 퀴어축제 차량 행진 행사가 예정된 대구백화점 주차장 앞 거리를 막아섰고 애국가를 부르며 동성애 반대를 외쳤다.
경찰은 양측의 충돌을 막기 위해 800여 명의 경력을 투입했으나 고성과 작은 몸싸움이 벌어지는 등 충돌 위험은 커졌다. 곳곳에서 고성이 터져 나왔다. 퀴어축제 관계자는 “기독교 단체가 막아섰는데 경찰이 아무런 제지를 하지 않는다”고 항의했다. 경찰이 차량 행진을 막은 기독교 단체에 6차례 해산 경고를 내렸으나 모인 이들은 요지부동이었다. 퀴어축제 관계자가 길을 막아선 기독교 단체에 뛰어드는 등 강력한 의사를 보였으나 충돌을 우려한 경찰이 막아섰다. 양측의 대치는 1시간 20여 분 동안 이어졌다. 결국, 퀴어축제 측이 방향을 돌려 차량 행진 시작하면서 소란은 일단락됐다.
이날 30℃가 넘는 무더위 속 혼잡한 거리에 시민들은 불만을 터트렸다. 퀴어축제 관계자와 동성애 반대 단체, 경찰로 뒤섞인 거리에서 한 걸음 나아가기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대구백화점에서 나온 한 시민은 수많은 인파로 뒤덮인 거리 상황에 황당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취업을 준비 중인 남모(29·여) 씨는 “성 소수자의 인권도 동성애를 반대하는 것도 이해는 한다. 하지만 각자 주장을 과하게 표현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며 “조금 더 지혜롭게 각자 표현을 관철하는 노력이 필요한 것으로 보인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