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천전투 유가족 김진호 옹 사부고 인터뷰

김성태 유족회 사무국장과 함께 회원들의 활동 사진을 보고 있다.
“살아생전에 아버님 유골이라도 찾아 아버지라고 불러 보고 싶은 게 소원이다”

6·25 전쟁통에 아버지를 잃고,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 어린아이가 68년이 지난 지금 70대 할아버지가 되어 버린 전몰군경유족회 김진호(72) 어르신의 말이다.

최근 한반도에 평화 무드가 조성되는 가운데 6·25전쟁 68주년을 맞아 소리 없이 전쟁의 아픔을 겪고 있는 전몰군경유족회 사무실을 방문, 그들을 만나 전쟁에 대한 애환과 바램을 들어봤다.

특히 한국전쟁 당시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를 마련한 영천전투에 참전한 고(故)김영식 유가족을 만났다.

김진호씨가 국립현충원을 찾아 아버지의 명패을 가르키고 있다.
아버지 얼굴도 모르는 어린 나이에 전쟁으로 아버지를 잃고 평생을 살아온 김진호 할아버지는 매년 이맘때만 되면 괜히 마음이 아프고 씁쓸하다면서 말문을 열었다.

아버지는 1950년 8월 10일 한 달도 채 안 된 그해 9월 6일 영천전투 화남지구에서 8사단 소속 육군 일병으로 전사했다는 것.

고. 김영식 일병은 영천시 조교동이 고향으로 4세의 아들을 뒤로한 채 꽃다운 젊은 청춘인 22세에 입대해 한국전쟁의 가장 치열했던 영천전투에 열흘 여 동안 참전했다.

김진호씨가 아버지를 생각하며 잠시 눈시울을 붉혔다.
김진호 할아버지는 꿈에서라도 아버지를 보고 싶지만, 얼굴도 몰라 속상하고 아쉬운 데다가 아버지는 입대 후 얼마 되지 않아 전사해, 특별히 기억나는 것은 없다.

하지만 이로 인해 혼자 아들을 키워야 했던 어머니의 애환이 생각난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전쟁 유가족들이 다 그렇겠지만 젊은 나이에 혼자되신 어머니는 갖은 고생과 더불어 밤이면 밤마다 우시는 모습이 아직도 생각이 나고 가슴이 아린다고 회상했다.

특히 어머니는 홀어머니 밑에 자라는 자식이 행여나 남에게 손가락질받고 부끄러워 할까 봐 더더욱 우는 모습을 숨기고 우리를 떳떳하게 키워셨다.

6·25전쟁 68주년을 맞는 오늘도 김진호 어르신은 “이맘때가 되면 늘 아버지가 생각이 나고 올해는 유골을 찾을 수 있을까 기대한다”며 “살아생전에 아버님 유골이라도 찾아 국립묘지에 안장시켜 드리고 아버지라고 불러보는 게 마지막 소원이며 자식 된 도리이다”면서 눈가에 눈시울을 적셨다.

그는 바람이 있다면 “전쟁으로 인한 고통은 겪어보지 않은 가족들은 알 수 없다”며 “후손들을 위해서도 전쟁은 무조건 없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더욱이 지난 4월 남·북한 지도자가 만나 남북정상회담이 이루어지는 모습을 보면서 종전 협상과 함께 비핵화를 통한 한반도에 진정한 평화통일을 기원했다.

여기에 김진호 어르신은 “아직 유족들에 대한 예우가 열악하다”며 “정부에서 남편을 잃은 미망인과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아픔을 헤아려 주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영천전투메모리얼 체험장 내에 영천 전경
한편 영천전투는 1950년 9월5일부터 13일까지 벌어진 전투다. 당시 북한군 제2군단은 8월 공세에서 구미~다부~대구 축선(軸線)에 대한 공격이 실패하자 8월 20일 예하의 제15사단을 의성을 거쳐 영천 동북방 입암리로 이동시켜 공격을 준비했다. 영천이 북한군에 점령될 경우 국군 제1군단과 제2군단이 분리되고 낙동강 동서 보급로가 차단되는 위기에 처하게 됐다. 이 때 제2군단장인 유재흥 준장은 영천이 무너진다면 낙동강 교두보는 자연히 허물어질 것이고 결국 나라를 잃게 될 것이니 영천을 꼭 사수하라고 예하부대에 강력히 지시했다. 전열을 정비한 국군 제8사단은 9월 6일부터 9월 8일까지 북한군 제15사단과 빼앗고 빼앗기는 치열한 시가전을 전개하여 승리를 쟁취함으로써 낙동강 전선 동부 방어에 성공하게 됐다. 영천 전투의 승리는 낙동강 방어선을 지킨 것은 물론 수세에서 공세로 전환하는 계기가 됐다.
영천전투메모리얼 체험장 내 모형 탱크 등 설치되어 있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영천전투를 기념하는 영천지구전승비를 세웠으며 비신의 글씨는 친필로 제작됐다. 영천지구전승비는 영천전투메모리얼파크 체험권역 사업과 연계한 충혼탑 일원 정비사업의 일환으로 영천문화원 내에 있던 비를 2015년 6월 25일 마현산으로 이전했다.

권오석 기자
권오석 기자 osk@kyongbuk.com

영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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