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정수장 발암물질 과불화화합물 검출로 재점화
구미 반대 입장 여전···"정부 적극 중재" 목소리 고조

대구 수돗물에서 유해물질이 검출된 것이 확인되자 시민들이 불안한 마음에 다량의 생수를 구입하고 있다.
대구 취수원 이전을 요구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관련기사 6면

대구 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을 처리하는 낙동강 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것이 지난 22일 확인됐다.

환경부는 이번에 검출된 과불화헥산술폰산(Perfluorohexane sulfonic acid·PFHxS)의 원인을 확인하기 위해 배출원 조사를 실시했다. 주 배출원을 확인한 후 해당 사업장에서 배출 원인물질을 배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진화에 나섰다.

또한 과불화헥산술폰산은 아직 먹는 물 수질기준을 설정한 국가는 없으며 일부 국가만 권고기준으로 관리하는 물질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검출수준은 외국 권고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고 덧붙였다. 다만 선제 대응 차원에서 저감조치를 실시했다고 전했다.

환경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대구 시민들은 먹는 물에 대한 불안감을 감추지 않고 있다. 마트 등은 지난 22일부터 생수를 사기 위한 시민들의 발길이 끊임없이 이어졌다.

정세훈 씨(39)는 “둘째는 아직 분유를 먹고 있는데 깜짝 놀랐다”며 “먹는 물까지 문제가 생기면 불안해서 살 수가 없다”고 불만을 숨기지 않았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근본적인 해결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취수원 이전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

취수원 이전을 둘러싸고 지난 10년간 대구시와 구미시는 갈등을 겪고 있다. 대구시는 구미공단 위쪽인 낙동강 상류에서 취수원을 확보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대구 수돗물의 70%가 달성군 매곡리 취수장에서 공급되고 있으며 매곡리는 구미공단으로부터 34㎞ 하류에 있다. 대구시는 매곡리 취수장이 구미공단에서 나오는 배출물의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는 만큼 구미시 취수원이 있는 낙동강 상류의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구미시는 해평취수장으로 이전할 경우 수량이 줄어들고 수질이 나빠질 수 있다며 반대하고 있다. 이와 함께 취수원이 이전할 경우 공단이 위축되는 등 구미 경제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결국 구미는 낙동강 전체 수질 개선 사업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취수원 이전에 대해 양 시가 결론을 내지 못하자 정부의 적극적인 중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지난해 이낙연 국무총리 등 정부에서 중재를 약속했지만 아무런 결론을 내리지 못한 채 방치돼 왔다.

이재희 씨(36·여)는 “취수원 이전 이야기가 수년 전부터 나왔지만 아직까지 결정된 것이 없는 건 시는 물론 정부도 무책임한 것”이라며 “안전하다고만 말할 게 아니라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한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고 주장했다.

한편 대구시는 유해물질 검출이 확인된 지난 22일 취수원 이전을 위해 구미시와 경북도는 물론 중앙정부를 상대로 설득과 촉구를 요청하기로 뜻을 모았다. 여기에 대구 미래비전 2030위원회에 ‘맑은 물 TF’ 별도로 구성, 대안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김현목 기자
김현목 기자 hmkim@kyongbuk.com

대구 구·군청, 교육청, 스포츠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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