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요일자

싹둑, 머리카락이 가윗날에 잘릴 때
온몸으로 퍼지는 차가운 진동.
후두둑, 흰 천 위에 떨어지는 머리카락 덩어리들.
싹둑싹둑 재깍재깍 후두둑후두둑……
가위 소리는 점점 많아지고 가늘어지더니
창밖에 가득 빗방울이 떨어진다.

흙에, 풀잎에, 도랑에, 돌에, 유리창에, 양철통에
저마다 다른 빗소리들이 서로 겹치는 소리.
수많은 다른 소리들이 하나로 모이는 소리.
처마에서 새끼줄처럼 굵게 꼬이며 떨어지는 소리.
조리개로 찬물을 흠뻑 부으며
이발사는 어느 새 내 머리를 감기고 있다.

수건으로 물기를 닦아내고 만져보니
머리가 더 동글동글하고 파릇파릇하다.
비온 뒤의 풀잎처럼 빳빳하다.





(감상) 이발사가 가위질하는 소리나,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나 판소리 장단처럼 경쾌한 리듬을 타고 있네요. 그러니 머리는 넓은 땅이 되고 머리카락은 풀잎이 될 수밖에 없어요. 비 온 뒤의 풀잎처럼 머리를 깎은 후엔 머리가 동글동글하고 파릇파릇한 상쾌함을 느낄 수 있으니까요. 바삐 돌아가는 세상이지만, 머리 깎는 시간을 꼭 내야 할 것 같아요. 이 시간만큼은 그 동안 쌓였던 피로와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으니까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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