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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박정희 전 대통령과 함께 5·16 군사쿠데타를 주도하여 대한민국 근대화를 이끌었고, 문민정부의 탄생과 DJP연합으로 민주화와 평화적 정권교체에 일조하며 3김시대를 열었던 한국 현대 정치사의 거목이었던 운정 김종필 전 총리가 6월 23일 오전 타계하였다. 그는 서울대 사범대 3학년 재학 중 중퇴하고 육사에 8기생으로 입학하여 1949년 임관하여 육군 정보국 전투정보과 북한 반장으로 재직하면서 그 당시 정보국에서 민간인 신분으로 근무하고 있던 박정희를 알게 되었다. 그는 박정희의 친형이자 남로당 공산주의자였던 박상희의 딸인 박영옥과 결혼하였고 5·16 군사쿠데타 성공 직후 자신의 장인인 박상희의 공산주의 이력과 관련하여 야당으로부터 사상공 세에 시달리기도 하였다.

5.·16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박정희와 김종필은 야당인 민주당으로부터 빨갱이라는 사상 공세에 똑같이 시달렸으면서도 이를 불식시키기 위하여 군사쿠데타 후 반공을 국시로 내세워 세계에서 가장 후진국 중 하나였던 대한민국의 산업화와 근대화에 매진하였는 바, 군사쿠데타의 주역이었던 이들 두 사람이 탁월한 리더십과 결단성, 정치적 식견과 교양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당대의 최고 엘리트였다는 것이 대한민국의 발전과 성장에 있어서 큰 다행이었다고 할 수 있다.

박정희는 남로당 군책으로 숙군 과정에서 체포되어 무기징역을 선고받았다가 전향하여 형집행정지로 풀려난 사람이고 김종필은 공산주의자 박상희의 딸 박영옥과 결혼한 사람이다. ‘젊었을 때 공산주의자가 되지 않으면 가슴이 없는 인간이고, 나이가 들어서도 공산주의자이면 머리가 없는 사람이다’는 말이 인구에 회자되어 왔다. 수구 보수정당이 선거 때마다 정책보다는 반북을 내세워 색깔논쟁으로 특정인을 빨갱이로 몰아 선거에 이용했던 악습이 더 이상 반복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될 것이다.

JP로 불리던 김종필은 많은 독서를 하였고 유명한 어록도 많이 남겼다. 그는 ‘내가 기업하는 사람인 실업(實業)인으로 갔으면 돈깨나 모았을 텐데 정치가는 허업(虛業)이다. 경제하는 사람은 움직이는 대로 과실을 따 먹지만 정치하는 사람은 국민이 과실을 따 먹게 하고 자신은 따먹지 않기 때문에 이름은 날지 모르나 속은 텅텅 비었다’고 하였다. 그리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면 된다. 아무리 맹수라도 잘해주면 고마움을 알 것으로 생각하지만 호랑이는 그런 것을 하나도 느끼지 못한다’라는 말도 남겼다. 정치를 하려는 사람들은 그의 말을 꼭 되씹어 들어야 할 것이다.

6·13 전국동시지방선거에서 자유한국당이 참패하면서 SNS상에는 선거패배 5공 신록이 떠돌고 있다. 1등 공신은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 그리고 십상시, 2등 공신은 국정농단 동조자인 친박 8적, 3등 공신은 홍준표 전 대표 등 친홍, 4등 공신은 김무성 등 바른정당 복당파, 5등 공신은 ‘할 말도 못하는 거세된 정치인’인 한국당 현역의원 전원이라고 한다. 자유한국당 의원들은 정치는 허업이고 정치하는 사람들은 국민을 호랑이로 알아야 한다는 JP의 말의 의미를 되새기고 자신이 왜 정치를 하려고 하는 것인지 가슴에 손을 얹고 진정으로 생각해보아야 할 것이다.

만약 정치인이 국민으로 하여금 과실을 따 먹게 하지 않고 경제하는 실업인처럼 자신이 과실을 따 먹으려고 하는 것이라면 허업인 정치를 그만두어야 할 것이다. 조르쥬 퐁피두는 ‘정치가는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이고 정치배는 자신을 위해 국가가 봉사하도록 만드는 사람’이라고 했다. 자유한국당이 완전 새로 태어나기 위해서는 당명개정이나 조직개편 따위가 아니라 자유한국당 의원 전원이 다음총선 불출마를 선언하고 남은 임기 2년 동안 자신들을 던져 정권을 되찾아오기 위한 불쏘시개 또는 밑거름이 되도록 하여야 할 것이다. 그들이 다음 총선에 불출마하더라도 보수를 재건하고 허업의 정치를 펴나갈 젊은 인재, 젊은 정치가는 많다.

민심은 천심이다. 시대정신이 무엇인지 국민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르고 콘크리트 지지층 30%가 있다고 외치면서 민심을 거역하여서는 안 될 것이다. 수구냉전의 이념으로 반공, 반북이나 외쳐대서는 안될 것이고 남북관계, 한미동맹 강화와 자주방위력 증강, 헌법개정, 시장경제의 활성화와 경제정의의 실천에 있어서 진보여당을 앞서가는 선도적 역할을 할 때 국민의 지지를 다시 받을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미 시작된 한반도의 비핵화를 위한 평화회담의 협궤열차에서 북한이 뛰어내릴 수 없도록 야당으로서 적극적 주문을 하여야 할 것이고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완전한 비핵화인 CVID에서 물러나 미국에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만 제거하고 북한과 평화협정을 체결하는 일이 없도록 트럼프를 움직일 수 있는 이스라엘이나 미국의 유태인 지도자들을 설득하는 노력에 동참해야 할 것이다. 북한의 핵이나 미사일은 이란이나 중동의 핵 개발과 밀접하게 관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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