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 또다시 수돗물 파동이 일어났다. 대구시민들이 마시는 수돗물을 처리하는 낙동강 정수장에서 발암물질이 포함된 과불화화합물이 검출된 사실이 알려지자 시민들이 1991년 발생한 구미공단 페놀유출 낙동강 오염사고의 기억을 되살리며 불안해 하고 있다.

환경부가 원인물질인 과불화헥산술폰산을 배출하는 구미의 한 회사를 확인하고 이 물질을 배출하지 않도록 조치했다고 밝혔다. 또 이 물질의 검출수준이 외국 권고기준과 전문가 의견을 고려할 때 건강상 우려되는 수준은 아니라면서 안심하고 수돗물을 마셔도 된다고 밝혔지만 대구 시민들은 이를 믿지 못하고 있다.

특히 어린아이와 임산부에게 피해가 클 수 있다고 알려지면서 임산부는 물론 어린아이를 둔 시민들의 불안이 더욱 커지고 있다. 유치원과 어린이집에서는 부모들에게 아이들이 마실 물을 보내달라고 문자를 보내고, 목욕시키다 아이가 물을 조금이라도 입에 넣으면 깜짝 놀랄 정도다. 시민 불안이 커지면서 대구에서는 생수 확보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대형마트 휴무일이었던 24일에는 소형 마트는 물론 편의점 등에 생수를 사려는 시민들이 몰려 진열대의 생수가 동이났다.

이 같은 수돗물 파동은 낙동강 페놀 유출 사고를 경험한 대구 시민들에게는 트라우마로 남아 있다. 그런데도 대구시의 대응이 너무 소극적이었다는 지적이다. 대구시와 상수도본부는 최초 언론 보도 이후 21시간이 지나서야 공식브리핑을 했다. 대구시는 당초 오전에 기자 설명회를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가 비상대책회의가 끝난 이날 오후 6시 무렵에서야 대구시와 상수도본부, 대구지방환경청장이 참석한 가운데 뒤늦게 공식 브리핑을 했다.

시민 불안감을 반영하듯 당일 오후 6시까지 청와대 게시판에는 대구 수돗물 유해물질 검출에 대한 대안 마련을 요구하는 청원이 3만4000여 건에 이르렀다. 시와 환경청이 시민들에게 “수돗물을 그대로 마셔도 안전하다” 했지만 이를 그대로 믿는 시민은 많지 않았다. 무엇보다 대구 시민을 안심시키는 것이 최우선이다. 대구시는 수돗물의 검사 결과에 대해 구체적 수치로, 전문가들의 종합적인 판단을 근거로 제시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이번 수돗물 파동을 두고 대구의 취수원 이전을 이슈화 하기 위해 유해성을 과장되게 부풀린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나타내기도 한다. 하지만 매일 마시는 수돗물은 시민 건강과 직결되는 만큼 조금의 불안 요소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참에 지난 10년간 대구시와 구미시가 갈등을 겪고 있는 취수원 이전 문제를 정부가 나서서 풀어야 할 것이다. 두 자치단체가 10년간 풀지 못했다면 정부가 나서서 해결해야 할 문제다. 대구 시민들의 낙동강 오염과 수돗물 오염 트라우마를 영구적으로 해결할 해법을 하루빨리 찾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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