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규모 축산농 무더기 폐업 여파···전국 평균가격 404만원 달해
청탁금지법 시행전보다 28.2% 상승···예천축협선 517만원에 낙찰도
농가 "너무 올랐다" 입식 꺼리고, 소값 강세로 쇠고기 수입량 늘어

한웃값이 상승세다. 송아지값도 덩달아 높게 올라 한우 농가들은 기쁨 반 걱정 반이다.

청탁금지법 시행으로 직격탄을 맞았던 한웃값은 20개월째 꾸준히 올라 법 시행 이전 수준을 회복 했지만 송아지값은 430만 원대가 넘어 상품(사료 값 300만 원 정도)이 되는 2년 뒤를 내다볼 수가 없어 한우 농가들은 입식을 꺼리는 분위기다.

농협 축산정보센터에서 조사한 지난 5월 전국 가축시장의 수송아지(생후 6∼7개월) 평균가격은 404만7000원으로 한 달 전 385만1000원보다 5.1% 올랐다. 청탁금지법 여파로 소값이 폭락한 2016년 11월 315만6000원에 비하면 무려 28.2% 뛴 값이다. 지난 12일 경북 예천축협 경매가축시장에서는 몸값 517만 원을 찍은 수송아지도 나왔다.

이날 이곳에서 거래된 52마리의 소 송아지 중 400만 원을 넘은 것이 42마리(80.7%)나 됐다.

송아지 1마리가 웬만한 국공립대 1년 등록금과 맞 먹는다는 얘기다. 교육부가 발표한 지난해 4년제 사립대 평균 등록금은 739만9=,000원, 국공립대는 413만5000원이다.

축산업계는 치솟는 송아짓값이 한우 가격 추가 상승을 부추겨 소비 둔화로 이어지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그동안 국내 한우 산업은 소규모 축산농가에서 생산한 송아지를 규모 큰 비육 농가에서 사들여 키우는 방식으로 운영됐다. 그러나 2011∼2013년 솟값이 폭락하면서 정부는 암소 1마리당 30만∼50만 원의 장려금을 주고 10만 마리를 도태시켰다. 당시 20마리 이하 번식용 소를 키우던 소규모 농가들이 무더기 폐업했고, 일부 살아남은 곳도 고령화 등으로 문을 닫는 추세다.

농협 경제지주가 집계한 올해 1∼4월 전국 51개 가축시장 송아지 거래량은 3만5644마리로 지난해 같은 기간(3만7572마리)보다 5.1%(1928마리) 줄었다.

예천 축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최근의 송아짓값 상승은 공급 감소에 기인한다”며 “송아지를 자가 생산하는 일관사육(일괄사육)이 늘어난 원인도 있지만, 소규모 축산농가 몰락으로 공급기반이 약화했다”고 분석했다.

지난달 전국 도매시장의 한우 지육 1㎏ 평균가격은 1만7961원으로 1년 전 1만6164원에 비해 11.1%, 청탁금지법 시행 직후인 2016년 11월 1만5787원보다는 13.8% 상승했다. 솟값이 정점을 찍은 2016년 6월 1만9142원에 바짝 다가선 상태다.

솟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자 축산업계 내부에서도 한계 가격에 근접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과거 일정한 간격을 두고 가격 등락이 반복된 경험에 비춰 머잖아 상승세가 꺾이면 가격폭락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농민들도 사육 규모 늘리기를 꺼리는 분위기다. 솟값이 거의 천정에 도달했다고 보기 때문이다.

경북 예천에서 한우 200마리를 사육하는 정후섭(54)씨는 “2년 뒤 솟값 예측이 어렵다 보니 400만원 짜리 송아지를 무턱대고 들이는 것은 모험에 가깝다”며 “자체 생산한 송아지가 아니라면 사육두수 늘리기가 망설여진다”고 말했다.

문제는 솟값이 더 오를 경우 값싼 외국산 쇠고기의 수입량이 더욱 늘어난다는 것이다. 이 같은 우려는 이미 현실로 나타나 시장에서 국내산 쇠고기가 설 자리를 조금씩 잃어가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발표에 따르면 올해 1∼3월 소고기 수입량은 11만3000t으로 전년 같은 기간(10만7000t) 보다 5.2% 늘었다. 작년한 해 수입량 34만4000t의 32.8%에 육박하는 물량이다.

지난해 기준으로 우리나라는 일본에 이어 세계 2번째 미국산 쇠고기 수입국이 됐다. 수입량은 전년(15만6000t)보다 13.5% 늘어난 17만7000t을 기록했다.

이상만 기자
이상만 기자 smlee@kyongbuk.com

경북도청, 경북경찰청, 안동, 예천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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