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복치는 상갓집 요리로 훌륭하다

혼례용 요리로도 손색없다

좁쌀만 한 입을 살짝 벌린 채 오물거리다가 그물에

걸렸을 것이다

죽음은 수제비를 먹는 것처럼 쉬웠다

개복치는 한 번도 찬란해 본 적이 없다

오토바이가 코너링을 할 때

아버지만 떨어뜨리고 돌 옆 가로수에 가서 멈춰 선 것처럼

개복치의 주검은 아버지 앞에서 찬란했다




(감상) 죽도시장 어판장에서 개복치를 몇 달 동안 관찰한 적이 있어요. 이 물고기는 상어의 눈과는 달리 눈이 하얗고 작아 착하게 생겼고요, 덩치에 비해 입이 아주 작아 해초를 주로 먹고 산데요, 뇌의 용량이 작아 잔머리를 굴리지 못하니 쉽게 잡히고요, 해부된 속살도 너무 뽀얗고 하얘요. 당연히 개복치는 살아서나 죽어서나 찬란한 적이 없지요. 마찬가지로 우리네 죽음도 느닷없이 찾아오고 망가진 오토바이처럼 찬란할 수가 없고 허망한 것이지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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