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텍에서 철학을 강의하고 있는 소흥렬 명예교수는 20세기는 물질적 삶은 향상됐지만 전쟁이나 가정의 파괴 등 정신적인 면에서는 이전 세기보다 오히려 퇴보했다고 했다. 소 교수는 이 같은 현대 문명의 병리 현상을 바로잡을 수 있는 제3의 대안 문화 개념이 ‘동양적 연결주의(Oriental Connectionism)’라 했다.

인문문화가 지배해 오던 서구의 문화사에 과학문화가 등장하면서 나타난 현상이 대립관계이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문화가 동양적 전통문화의 근간이 되는 불교나 유교, 도교의 연결주의적 가치체계라는 것이다. 서구의 원자주의(atomism)에 바탕을 둔 개체 중심, 개인 중심의 과학문화는 근본적으로 인문문화와 갈등관계를 띠고 있으며 이를 극복할 수 있는 가치관이 불교의 연기(緣起)나 도가의 도(道), 유교의 이기(理氣) 같은 개념 속에 있다는 것이다.

서구화의 대표적인 현상이 가족구성의 변화이며 대가족제도에서 핵가족 시대로 변하면서 가족 간의 유대관계나 도덕적 예의 등이 흐려지고 극단적 가정파괴현상이나 가정의 해체현상이 빚어지는 것도 대립적 원자주의와 무관하지 않다는 것이다. 동양적 연결주의는 하늘의 달이나 풀숲에서 우는 벌레도 나와 무관치 않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가 전 세계에서 가장 ‘연결된 사회’라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미국의 퓨리서치센터가 37개국 4만448명을 조사한 결과 스마트폰을 보유한 성인 비율에서 한국은 94%로 2위 이스라엘(83%)을 월등히 높았다. 주기적으로 인터넷을 쓰거나 스마트폰을 소유한 성인 비율을 의미하는 인터넷 침투율에서도 96%, 단연 세계 최고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이용률은 미국, 호주와 공동 3위였다. 이 같은 결과에 대해 퓨리서치센터는 “한국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사회(most heavily connected society)”라고 분석했다.

이 같은 초연결사회로의 진화는 새로운 문화와 가치를 만들게 된다. 누구와도 거리와 시간에 관계없이 언제나 연결될 수 있다. 하지만 따뜻함이 결여된 연결구조다. 지식 정보의 전달만이 아닌 문명의 병리 현상을 치유할 수 있는 초연결사회의 새 가치체계를 세워야 한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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