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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종석 구미지역위원회 위원·공공정책개발연구소장·정치학박사
보수당의 패배가 예상되긴 했어도 이렇게 무참히 참패할 줄 몰랐다. 그동안 변화의 감지는 충분히 있었고, 여당인 민주당의 일방적 승리가 예상되긴 했지만 TK(대구·경북)를 제외한 전국을 휩쓸다시피 석권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제7회 전국 동시지방자치선거결과는 곳곳에서 이변을 연출했다. 특히 ‘박정희 고향’이자 보수의 성지라고 하는 구미시의 민주당 소속 시장당선은 충격 그 이상이다. 민주당 명함도 내밀지 못했던 지역적 불리함에서 이변이며, 더구나 기초의원 정족수 40% 당선과 광역의원 50% 당선은 그동안 꿈도 꾸지 못했던 결과이다. 그야말로 보수가 안방을 내어주는 기적을 일으킨 것이다. 영원한 지역 정치를 앞세우며 ‘우리가 남이가’를 외치며 굳게 믿은 보수의 자존심이 깡그리 무너지는 선거결과인 것이다. 당 대표의 막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들으며 번성했던 산업화시대의 정신을 존속하기에는 시대가 너무 변했다. 아무도 자신의 영역을 넘볼 수 없다는 교만함으로 유권자를 기만하면서, 소수의 기득권자들만 옹호하는 저들만의 지역이기주의의 결과이며 지방자치 24년의 긴 여정에서 화려했던 지난날을 오직 추억으로 간직해야 하는 현실경제에 대한 심판, 그리고 시대적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한 보수 세력에 대한 유권자의 분노였다.

분열을 조장하는 지역주의와 종북 프레임에 의존하여 아니면 말고 식의 구태의연한 구시대적 사고가 참패의 주요 원인이다. 아직도 친박·비박 고질적 계파싸움과 차기 공천의 영향권만 생각하면서 네 탓만 고집하는 인지부조화적 극우정당의 행태는 정치혐오만 부추긴다. 수구가 아닌 건전한 보수정당은 국정운영의 절대적 파트너이며, 합리적 보수의 역할은 정당정치에서 꼭 필요하다. 당연히 견제세력으로서 야당은 유권자의 감동이 있을 때 지지를 얻을 수 있으며 동기부여는 자신을 희생하는 치열함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감동과 치열함은 야당 어디에서도 찾기 힘들다. “저희가 잘못했습니다” 라고 무릎을 꿇고 “모든 걸 내려놓겠다”고 하면서도 아무것도 실천하지 않는 행태에서 보수정당의 진정성과 절박함을 보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하긴 몸통은 그대로인데 이름만 바꾼다고 달라지는 게 있을까만는 지금까지 하던 그대로의 답습에서는 어떤 희망도 찾을 수 없다는 것이 다수의 의견이다.

단순히 이번 선거의 결과로만 볼 때 여당의 승리는 정말 잘해서 석권한 것이 아닐 것이다. ‘선거결과에 자만해지거나 결코 안일해지지 않도록 각별히 경계하겠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인사에서 알 수 있듯이 6·13선거는 취임 1주년 국정평가의 성격이며 대통령의 기대에 부응한 것이라는 생각이다. 따라서 국민의 신뢰를 바탕으로 향후 강력한 국정의 추진력을 동원하는 성과를 기대한다.

보수의 참패는 여당 견제세력의 궤멸과 같다. 무너진 견제세력은 건전한 정치발전에 장애요소이다. 시간이 지남에 따라 2020년 총선을 위한 이합집산과 정당이 재편성되겠지만 변화를 거부하며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는 무기력한 수구의 정신으로는 2020년 총선도 보장할 수 없다. 결국 헤쳐 모여식의 재편성은 새로운 상황을 수용하는 절박함으로 국민의 지지와 승리를 이끌어내는 기회가 될 것이다.

교만은 패망의 지름길이다. 지역주의와 색깔론을 앞세워 국민의 눈을 가리고 속이는 산업화시대의 정치는 이제는 통하지 않는다. 높은 유권자의식은 권력의 술수에 더 이상 속지 않으며 심판의 선거는 4년마다 어김없이 찾아온다. 정치는 생물이다. 아침과 저녁이 다르듯이 민심의 바다는 배를 띄우기도 하지만 뒤집기도 한다. ‘수능재주 역능복주(水能載舟 亦能覆舟)’ 권력은 국민이 만들어 낼 수도 무너뜨릴 수도 있다 는 말이다. 성악설을 주장한 순자가 한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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