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시간은 육신을 태우는 데 걸리는 시간
활화산 같고 천둥 같고 불가사의한 기적이었던 몸이 소실되는 게
하루도 아니고 반나절도 아니고 겨우 두 시간이라니
서럽고 애달프다가도

두 시간이면 영화 한 프로가 끝나기에 적당하고
애인과 밥을 먹고 차를 마시고 영영 헤어지기에 딱 좋고
목욕탕에서 때를 불려서 씻기에도 충분하더라

한 사람 앞에 억만 시간이 펼쳐져 있어도
몸이 받아들이는 시간은 두 시간이면 족하다는 거

수업도 두 시간이 넘으면 벌써 뒤틀거나 딴 생각을 하고
한창 사춘기의 사내아이는 그 시간이면 벌써 수염이 돋아나지

두 시간이면 여자가 배를 뒤틀며 아이를 쏟아내고
꽝꽝 얼었던 냉동고의 고기가 혈관과 살로 되돌아오지 <하략>




(감상) 신생이나 소멸이나 두 시간이면 모두 해결되니 이 세상에서 영원한 것은 없네요. 슬픔도 두 시간 이상 가지 못하고 입에서 밥이 술술 넘어가니 이를 어쩌지요. 육친(肉親)도 이러하다면 덕을 쌓지 않고 죽은 남들은 기억조차 할 수 없겠지요. 애인과 헤어지는 데 두 시간이면 딱 좋으니, 도대체 그대에게 반한 시간은 얼마쯤 될까요. 몇 분, 아니 몇 초도 걸리지 않았을 것이니, 사랑마저 영원치 않아 슬프기 그지없네요.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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