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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운재와 조현우

경북일보 kb@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6월28일 16시28분  
골키퍼가 지키는 득점공간인 골문은 ‘천국의 문’이자 ‘지옥의 문’이다. 골키퍼의 선방으로 팀이 승리하면 골문은 ‘천국의 문’이지만 실점으로 패하게 되면 ‘지옥의 문’이다.

23년 간 골문을 지켜온 한국축구의 영원한 수문장 이운재의 진가가 가장 빛난 경기는 2002년 한일월드컵이었다. 스페인과의 8강전에서 연장전까지 선방한 이운재 골키퍼는 승부차기에서 호아킨의 슛을 막아내 스페인을 제치고 4강 도약의 일등공신이 됐다.

이운재는 당시 최고 골키퍼에게 주는 ‘야신상’을 놓고 독일의 올리버 칸과 막판까지 겨뤘다. FIFA 집계에 의하면 7경기에 모두 출전, 25개의 슈팅을 막아낸 칸 보다 3개나 더 많았다. 경기당 실점률도 옛 소련의 전설적 골키퍼로 ‘골신’이라 불렸던 이바노비치 야신의 0.89보다 낮았다. 만약 한국이 우승했더라면 ‘야신상’은 당연히 이운재 차지였다.

페널티킥 150개를 막아낸 ‘황금 거미손’ 야신은 생전에 아내에게 속삭였다. “볼을 잡으면 그대로 그라운드에 눕고 싶을 때가 많았지. 잔디 냄새가 너무 좋았거든. 결코 보상을 생각지 않았어. 축구를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했을 뿐이었어”

한일월드컵 주전 골키퍼였던 김병지를 제치고 성실한 플레이가 수비에 안정감을 준다는 이유로 이운재를 경기 내내 줄곧 주전으로 기용했던 히딩크 감독은 이운재에 대해 “위치선정, 순발력 등 골키퍼의 기본 덕목을 완벽하게 갖췄다”고 칭찬했다.

한일월드컵에서 한 경기도 뛰지 못했던 김병지는 히딩크의 마음을 얻지 못했다. 2001년 1월, 홍콩 ‘칼스버그 컵’ 파라과이 전에서 답답한 공격을 못 참고 하프라인까지 공을 몰고 나갔다가 공을 뺏겨 실점할 뻔 했던 것이다. 히딩크 눈에 벗어난 김병지는 국가대표 경기에서 모습을 잘 볼 수 없었다.

1996년 에틀란타올림픽 대표팀 감독 비쇼베츠가 이운재에게 “살을 빼고 오면 대표팀에 받아주겠다”고 하자 10㎏ 이상 감량, 후유증으로 폐결핵에 걸려 병원 신세를 지기도 했다. 이번 모스크바 월드컵에서 한국 선수 중에 가장 빛난 선수는 스웨덴전과 독일전에서 슈퍼 세이브로 선방한 대구 FC 골키퍼 조현우였다. 이운재를 뒤이을 슈퍼 수문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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