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막 올라 뒤돌아 보면 하늘이 활짝

하늘 정원으로 올라가는 데크 계단
대구의 진산 팔공산은 가장 높은 비로봉을 중심으로 양쪽에 동봉과 서봉 능선이 이어져 있어서 양 날개로 대구를 감싼 모양이다. 기암이 많고 사방이 막힘없이 트인 조망이 탁월해서 산꾼들에게는 핫플레이스이다. 하지만 1193m의 산의 정상이 꽤 높아서 등산이 취미가 아닌 사람이 올라가기에 다소 버거운 산이기도 하다. 산 중턱까지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있긴 하지만 거기서도 꽤 올라가야 하기에 쉽게 마음을 먹기 힘들다. 그러다 지난 2015년, 비로봉에서 북쪽 청운대로 이어지는 능선길이 개방되고, 청운대 위에 아담한 정원이 만들어져‘하늘정원’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그리고 군위군 부계면에서 정상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는 도로도 개방되면서 무려 1000m가 넘는 지점까지 차로 편안하게 올라갈 수 있게 됐다.

군위 부계에서 동산계곡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시멘트 포장이 잘 돼 있고 구불구불하게 만들어져 경사도 적절하다. 길을 따라 올라가다 보면 두어 개의 주차장을 지난다.
팔공산 하늘정원길 입구
산길을 좀 걷고 싶다면 주차장에 차를 대고 ‘원효구도의 길’을 따라 정상까지 올라갈 수 있다. 등산이 여의치가 않을 때는 계속 차를 몰아서 군부대 앞까지 간다. 군부대 바로 앞에는 주차할 수 있는 적절한 곳이 없다. 아래쪽에 조금 넓은 공간이 보이면 갓길 주차를 해야 하는 것이 좋다. 아무튼 1193m의 산에 1000m까지 차가 올라간다는 것은 감사한 일이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쉬운 길은 아니다. 초반부터 치고 올라가는 데크 계단에서는 땀을 좀 흘릴지도 모르겠다. 물론 급경사는 그것이 끝이다. 등산을 할 때 정상에 머무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다. 정상만을 목표로 간다면 별로 건질 것이 없는 것이다. 산을 오르고 내리는 모든 순간에서 의미를 찾을 수 있을 때 산행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하늘정원의 야생화들 뒤편으로 군위군 일대가 펼쳐진다.
오르막길을 오르면서 힘이 들면 쉬면 된다. 그리고 잠시 뒤를 돌아보자. 힘들여 올라온 만큼 아름다운 풍경이 내려다보일 것이다. 숨 가쁘게 앞만 보고 걸어만 가기에는 산도 우리의 인생도 너무 아쉬움 투성이다. 하늘정원으로 가는 길에는 갖가지 꽃들이 만발이다. 계절마다 꽃들이 교대로 피고 지며 능선길을 수놓는다. 가을에는 억새가 하얗게 피어서 장관을 이루기도 한다. 지대가 높아서 지상보다 계절도 조금 다르게 흐르기에 타이밍을 놓친 야생화를 맞이하러 갈 수도 있다.

하늘정원 전경
데크 계단을 다 올라서서 조금만 걸어가면 하늘 정원이 나온다. 작은 정자 쉼터와 화장실까지 간단한 편의시설이 갖춰져 있고, 전망대도 놓여 있어서 시원한 조망을 내려다볼 수도 있다.
팔공산 최고봉인 비로봉
하늘정원에서 1km 정도 시멘트 도로 길을 걸으면 팔공산의 최고봉인 비로봉 정상이 나온다. 약간의 오르막길을 걸어야 하지만 여기까지 온 김에 최정상은 한 번 찍어야 한다. 특히 대구 방향으로 내려다보이는 풍경은 하늘정원보다 탁월할 것이다.

병꽃나무와 청운대
비로봉으로 가는 시멘트 도로 양옆으로도 다양한 야생화들을 볼 수 있다. 비로봉에 다와 갈 때 하늘정원 방향으로 뒤돌아보면 깎아지른 기암절벽이 눈 앞에 펼쳐질 것이다. 이 절벽의 이름은 ‘청운대’이고 팔공산의 비경 중 하나이다. 이 청운대 절벽 바로 아래에 원효대사가 득도했다고 전해지는 오도암이 자리 잡고 있다.

비로봉의 정상에 오른다. 안테나 등 각종 방송시설 때문에 자연스러운 풍경이 다소 아쉽기는 해도 대구 근교에서 가장 높은 곳이다.

팔공산 동봉에서 바라본 비로봉
비로봉을 중심으로 왼쪽으로는 동봉과 이어지는 능선이 경산의 갓바위까지 이어지고, 오른쪽으로는 서봉을 지나 파계사 봉우리를 통과해 칠곡 가산까지 이어지는 능선이 보인다. 그리고 그사이에 파묻힌 대구 일대가 내려다보인다. 케이블카가 올라오는 신림봉도 저 아래에 내려다보인다. 정상석 앞에 놓은 돌무더기는 천제단이다. 옛날부터 하늘에 제사를 지냈던 곳이니 허투루 보지 말고 마음 속 소망을 빌어보아도 좋을 것이다.

동봉가는길에 만날 수 있는 약사불
비로봉에서 약 500m 정도만 이동하면 동봉(1167m)이 나온다. 팔공산의 주봉인 비로봉이 일반인들에게 개방되기 전까지 팔공산의 정상 자리를 차지했던 봉우리다. 비로봉에서의 이동 거리는 짧지만 죽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는 길이어서 조금 힘이 들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지나는 길에 약사불 부처도 볼 수 있고, 동봉에서의 조망이 비로봉보다 매력적이기 때문에 체력이 허락한다면 다녀오는 것이 좋을 것이다.

대구광역시 유형문화재 제20호로 지정돼 있는 팔공산 동봉 석조약사여래입상은 한쪽 손에 약 단지를 들고 있다. 불교에서는 다양한 부처님이 있는데 그중 약사불은 인간의 병과 치료를 담당하고 있다. 사람들은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아프면 약사불을 찾아 간절히 기도를 올려왔다. 자손들을 위해 힘겹게 여기까지 올라 두 손을 모았을 우리네 어머니와 할머니를 생각해본다.
동봉에서 내려다본 대구시 일대
산 아래에서 몇백 미터를 직접 올라오는 것에 비해 비교적 쉽게 팔공산의 정상을 디디게 됐다. 뭐 어떤가. 산 정상에서 내려다보는 아름다운 풍경은 등산인들 만의 전유물은 아닐 것이다. 그런 점에서 군위에서 올라오는 하늘정원길은 매력적이다.
동산계곡의 야영객들
산행 후 팔공산을 내려오면 동산계곡을 만난다. 대구의 근교이기도 해서 여름철 피서객들이 제법 많이 찾는 곳이다. 계곡 곳곳에 주차장과 화장실 등 편의시설도 잘 만들어져 있어 가족단위로 피서를 오기에도 좋은 곳이다. 몸을 담그지는 않더라도 발 정도는 식히고 가면 좋을 것 같다.

군위 한밤마을
팔공산 하늘정원의 입구이기도 한 군위군 부계면 일대에는 볼거리가 많다. 국보 제109호로 지정된 군위삼존석굴은 제2석굴암이라고 불리기는 하지만 경주의 석굴암보다 무려 1세기나 먼저 만들어졌다. 한밤 마을로 불리는 군위 대율리도 꼭 챙겨보자. 제주도의 돌담을 떠올리는 나지막한 돌담길이 아름다워 봄이면 많은 사진 애호가들이 방문을 하는 곳이기도 하고, 대율리 대청 등 건축문화유산이 많은 마을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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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사진=이재락 시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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