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울·경 가덕도 신공항 추진 움직임에도 '수수방관'
지역여론 나빠지자 뒤늦게 강력 대응 입장 밝혀 빈축

부산을 중심으로 한 ‘가덕도 신공항’ 재점화 움직임과 관련해 TK(대구·경북) 지역 자유한국당 국회의원들이 뒤늦게 침묵을 깨고 강력대응 입장을 밝혀 논란이 가열될 전망이다.

최근 부산과 울산, 경남 광역단체장들이 김해신공항 대신 가덕도 등 다른 공항을 검토하기 위한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뜻을 밝히면서 TK에서는 지방선거에서 압승한 정부 여당이 국책사업을 잇달아 뒤집으려 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이들 국책사업은 TK의 미래 비전은 물론 지역 경제에 당장 막대한 영향을 끼칠 중대한 사안으로 지역에 집중적인 피해가 우려되고 있지만 , 그동안 대구·경북 의원들은 방관하는 자세를 취해왔다.

가덕도 논란이 확산하자 지난 27일 국토부까지 나서 “가덕도 신공항 검토할 상황 아니다”고 밝혔지만 지역에서는 청와대와 정부가 특정 지역의 이기주의에 동조할 수도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지역 출신 국회의원(대구 12명·경북 13명)은 모두 어디가 있나?”라는 비난이 쇄도했다.

실제 지역에서는 신공항 문제를 비롯해 경북지역 경제와 직결되는 월성 1호기 조기 폐쇄 추진과 울진·영덕에 건립 중이거나 건립 예정이던 원자력발전소 건설 백지화는 지역에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고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 15일 한국수력원자력이 기습 이사회를 열어 그간 7000억 원의 막대한 돈을 들여 새것처럼 만든 월성 1호기의 조기 폐쇄를 결정했다. 월성 1호기는 법적인 절차를 밟아 2022년까지 수명 연장된 사안이다. 하지만 지방선거가 끝나자 기다렸다는 듯이 이사회를 열어 이를 없던 일로 하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따라 내후년 상반기 폐쇄하는 것으로 결론 났다.

경북도에 따르면 원전 중단으로 경북지역 사회 경제적 피해 규모가 약 10조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사라지는 일자리 또한 연인원 약 1200만 명을 훌쩍 넘길 것이란 전망이다. 따라서 선거에서 이겼다고 정책의 일관성을 무시하고 이미 법절차를 거쳐 결정된 국책사업을 폐기하거나 뒤집는 것은 정부의 독선과 오만이라는 비난이 거세졌지만 지역 국회의원들의 목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부는 물론 지역 의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지자 한국당 의원들은 뒤늦게 공항 문제에 한해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나섰다.

김상훈 대구시당 위원장은 28일 지역 기자들과 간담회를 한 뒤 ‘김해공항 확장 백지화와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 움직임에 강력히 경고한다’는 성명을 냈다. 김 위원장은 지역 한국당 의원들과 공동명의의 성명에서 “부산, 울산, 경남 시·도지사 당선자와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영남권 신공항은 민주당 당비로 건설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이 내는 세금으로 조성되는 것임을 상기하고 국론 분열과 영남권 갈등, 정쟁을 유발하는 꼼수를 즉각 중단하라”고 촉구했다.

또 “청와대와 정부가 만약 특정 지역의 이기적 주장에 동조한다면 대구·경북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이 저항을 받게 될 것이며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정부가 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특히 “국가 백년지대사의 결정이 선거 결과에 따라 번복되는 오만과 독선의 추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 “선거 판세가 바뀌었다고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부·울·경 광역단체장과 민주당 원내대표의 발언이 6·13지방선거에서 유일하게 민주당이 승리하지 못한 대구·경북지역에 대한 겁박이나 새로운 지역 갈등을 조장하는 정략적 행보가 아닌지 우려스럽다”고 지적하며 “가덕도 신공항 재추진을 강행할 경우 지역 국회의원들과 연대해 총리 면담을 요구해 정부의 분명한 입장을 듣고 국화 내에서도 대응할 계획이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지금까지는 방관자적인 자세를 취한 것과 관련해 “(부·울·경) 지방선거 출마자들의 공약으로 당선되고 나면 흐지부지할 수 없어서 이런 주장을 하고는 ‘할 만큼 했다’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라 판단해 대응을 자제했지만 이제는 지역에서도 할 말을 해야 할 필요가 있겠다고 생각해 성명을 내는 것이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대구 취수원 이전 논란에 대해선 “여당과 야당의 이해가 갈라질 수 없는 문제”라며 “이재용 민주당 대구시당 위원장이 문제 해결을 위한 논의의 물꼬를 틔워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기동 기자
이기동 기자 leekd@kyongbuk.com

서울취재본부장. 대통령실, 국회 등을 맡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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