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도시장 어물전 입구
보름달과 닮은 물고기 몇 마리 누워 있다
하도 이름을 묻는 이가 많아
내 이름은 개복치라고 미리 써 놓았다

그는 최후까지 눈동자가 착하다
조물주가 눈에 흰점을 찍은 그대로
개광(開光), 혹은 뇌를 넓히지 않아
바보끼리 보는 눈망울은 참 애틋하다

파리들은 죽은 이의 얼굴을 파먹고 있다
표독스런 상어의 검은 눈동자이든,
몸에 따듯한 피가 흐르는 개복치든
죽음의 좌판 위에선 매 한가지다.

몸통은 사라지고 / 머리와 작은 눈만 살아 있다
개복치는 지상에서 자신의 상(像)마저 지운다



(감상)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끼리 쳐다보는 눈동자는 불꽃이 튑니다. 하지만 바보끼리 바라보는 눈동자는 참 애틋합니다. 평생 잔머리 굴려 남을 괴롭히든지, 개복치처럼 착하게 살아가든지 죽음의 좌판 위에선 매 한가지입니다. 좀 더 많이 가졌다고 거들먹거리든지 못 산다고 기가 좀 죽든, 공부를 아주 잘하든지 공부를 좀 못하든 삶의 종착역에서는 별 차이가 없습니다. (시인 손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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