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 신사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

안동 봉정사의 풍경
안동 봉정사가 지난달 30일 바레인 마나마에서 열린 제4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유네스코 세계유산(문화유산)으로 등재가 확정됨에 따라 안동은 하회마을(문화유산)과 유교책판(기록유산) 등 3건의 유네스코 유산을 품은 도시가 됐다.

봉정사(鳳停寺)는 안동시 서후면 천등산에 위치한 절로 신라 문무왕 12년(672)에 의상대사의 제자인 능인스님이 창건한 사찰로 전해진다.

봉황[鳳]이 머물렀다[停] 하여 봉정사라는 이름을 갖게 됐다. 이곳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 건축인 극락전을 비롯해 우리나라 사찰 중에서도 손꼽을 만큼 오랜 역사와 아름다운 가람을 지니고 있다. 현대인들에게 수련과 휴식 등 산사의 매력을 잘 보여주는 장소이기도 하다.

고려시대에는 고려 태조와 공민왕 등이 행차했고, 1999년에는 영국의 여왕 엘리자베스 2세가 안동의 전통마을을 방문하면서 봉정사에 들러 한국 불교 문화의 일단을 살펴보고 갔다. 이로 인해 봉정사는 세계인의 관심을 받기도 했다

창건 이후 절의 역사는 정확히 전해지지는 않지만 현존하는 전각 등으로 볼 때, 고려와 조선시대에도 높은 사격을 지니고 법등이 지속되었음을 알 수 있다. 고려시대의 유물로는 목조관세음보살좌상(보물 제1620호)과 극락전(국보 제15호)이 전해진다.

하지만 6·25전쟁 때 인민군이 머무르면서, 절에 있던 경전과 사지(寺誌) 등을 모두 불태워 역사를 자세히 알 수 없다. 안동의 읍지인 영가지(永嘉志)에, ‘부(府)의 서쪽 30리에 천등산이 있다’고 했으며, 1566년(명종 21) 퇴계 이황이 시를 지어 절의 동쪽에 있는 ‘낙수대’에 붙였다는 기록이 있어 조선시대에서도 계속 존속했음을 알 수 있다.

2000년 2월 대웅전 지붕 보수공사 때 발견된 상량문에는 조선초기 당시 봉정사는 팔만 대장경을 보유하고 500여결(1만여평)의 논밭에다 안거스님 100여명에 75칸의 대찰임을 알 수 있다.

현재 이 절에는 부석사의 무량수전과 함께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목조건물로 알려져 있는 국보 제15호인 극락전을 비롯해, 보물 제55호인 대웅전, 보물 제448호인 화엄강당, 보물 제449호인 고금당(古今堂) 등의 지정문화재와 무량해회·만세루·우화루·요사채 등 21동의 건물이 있다. 지정문화재로는 국보 2건, 보물 6건, 시·도유형문화재 3건, 시·도민속문화재 1건, 문화재자료 1건 등이 있다

이번 봉정사의 세계유산 등재는 지난 5월에 있었던 이코모스(ICOM0S·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 심사평가에서 봉정사는 ‘종합승원’으로 보기에 상대적으로 다른 사찰에 비해 역사성이 부족하다는 점을 들어 제외돼 어려움을 겪었다.

하지만 안동시를 비롯한 해당 지자체와 문화재청 등은 제외된 3개 사찰(안동 봉정사, 공주 마곡사, 순천 선암사)을 포함해 7개 산사 모두를 세계유산에 등재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 준비와 각오로 세계유산 등재에 한 목소리를 냈다.

특히 현존 우리나라 최고(最古) 목조건축물인 국보 등을 보유한 봉정사가 역사성에 결코 뒤떨어지지는 않다는 점 등의 등재 논리를 보강하면서 이뤄낸 결실이기에 이번 세계유산 등재 확정이 더욱 값진 성과다.

안동시는 2010년 ‘한국의 역사마을 하회마을’을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한 것을 시작으로 2015년 ‘유교책판’을 세계기록유산으로 이름을 올렸다. 이어 봉정사가 이번 대열에 합류하게 됐다.

이 밖에도 2016년과 2018년 유네스코 아시아·태평양 지역 기록유산에 ‘한국의 편액’과 ‘만인의 청원, 만인소’가 등재되면서 세계유산으로 승격을 추진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의 서원, 안동 병산서원·도산서원’도 내년에 열리는 제43회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여부가 결정되며, 안동을 대표하는 무형유산인 ‘하회별신굿탈놀이’도 내후년을 목표로 인류무형유산 등재를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 하회별신굿탈놀이가 등재된다면, 안동시는 유네스코가 가지고 있는 3개 카테고리인 ‘세계유산’과 ‘세계기록유산’, ‘인류무형유산’을 모두 보유하게 되며, 문화유산 분야에서도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유산 도시로 거듭나게 될 전망이다.

권영세 안동시장은 “‘산사, 한국의 산지승원, 봉정사’의 세계유산 등재는 안동의 자랑이며 기쁨”이라며 “앞으로 봉정사의 세계 유산적 가치를 널리 알리는 것은 물론 온전히 후대에 물려줄 수 있도록 보존 관리에 힘을 보탤 것”이라고 말했다.

오종명 기자
오종명 기자 ojm2171@kyongbuk.com

안동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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