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규제 완화로 경북지역 대기업들이 잇따라 수도권으로 빠져 나갈 것으로 보여 기업 탈경북 현상이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명박, 박근혜 정부에 이어 문재인 정부 들어 서도 이른바 규제 샌드박스 4대 법안으로 불리는 ICT융합특별법과 핀테크 금융지원특별법, 산업융합촉진법, 지역특구법 중 지역특구법을 제외한 3개 법안의 완화가 추진되는 등 수도권 규제 완화를 가속화하고 있다. 이 같은 움직임 속에 구미의 삼성 네트워크 사업부가 수원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어서 지역사회에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과 LG전자는 구미공단의 주축 기업이다. 하지만 잇따라 파주나 평택 등 수도권과 해외로 생산 중심을 옮겨가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07년 대규모 투자를 계획했던 구미기술센터 투자를 백지화 했고, 2010년 이후 스마트폰 생산기지를 베트남으로 옮겨갔다. 이 때문에 구미산업단지 내 협력업체 수백 곳이 폐업하거나 업종전환했다. LG전자도 지난 2003년 LG디스플레이 투자를 구미가 아닌 수도권 파주로 결정했다. LG는 파주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 2020년까지 20조 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처럼 구미에 터 잡아 성장한 삼성과 LG의 주력 부문이 빠져 나가면서 구미경제가 활력을 잃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구미국가산업단지 내 삼성전자 구미1사업장 네트워크 사업부의 수도권 수원사업장으로 이전 통합 소식은 협력업체는 물론 지역 경제계에 적잖은 충격을 주고 있다.

삼성전자는 현재 구미1사업장에서 기지국 등 휴대전화를 사용할 수 있는 각종 네트워크 장비, 구미2사업장에서 스마트폰을 생산하고 있다. 구미1사업장 네트워크 사업부의 임직원 수는 400여 명, 협력업체는 수 십여 곳에 이른다. 네트워크 사업부가 통째 수원으로 이전 할 경우 협력업체 타격은 물론 인구 감소 등 지역경제에 엄청난 파장을 불러 일으킬 것이다.

지난 2016년 말에는 포항의 포스코건설 플랜트 사업 부문이 수도권 인천으로 옮겨갈 움직임을 보여 발칵 뒤집힌 적이 있다. 당시 포스코건설은 일감을 따기 위해 수도권으로 가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이보다 앞서 포스코ICT는 포스코LED를 수도권으로 조용히 옮긴 뒤 팔아버려 포항 시민의 원성을 샀다.

최근에는 미국의 통상압력에 굴복, 포스코로부터 열연 강판을 받아 강관을 만들어 파는 넥스틸이 올해 500억 원 정도를 들여 공장을 미국으로 옮길 예정이고, 세아제강도 이미 지난해 미국 휴스턴에 현지 생산체제를 갖추고 투자를 확대할 계획이다. 여기에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전국 원전 24기 중 절반인 12기와 방폐장을 보유하고 있는 경북의 피해가 10조 55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처럼 기업의 경북엑소더스 현상은 수도권 규제 완화와 함께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우려된다. 경북도와 시 군은 물론 지역 정치인들이 똘똘 뭉쳐 기업 유치 이전에 있는 기업 지키기에 힘을 모아야 할 것이다. 올해 1~4월 구미산업단지 수출실적이 45억3500만 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 57억7200만 달러에 비해 무려 21%나 줄었다. 경북 기업의 현실이 이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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