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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저항작가 반디의 책을 읽으며

박헌경 변호사 등록일 2018년07월02일 16시4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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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헌경 변호사
망망하늘 자유로이 떠가는 새야 / 너 훨훨 날아서 어디로 가니 /내 님이 계신 곳도 저 먼 하늘가 / 너 혼자만 가지 말고 함께 가주렴 / 아니아니 이내 몸은 철창속의 몸 / 너 훨훨 가다가 들리어 다오 / 죽으면 넋이라도 찾아간다고 / 한마디만 전해다오 나의 님에게 ‘제목 : 한 마디만 전해다오’

‘고발’이라는 단편소설을 통해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일상을 담담히 보여주었던 이름없는 북한의 저항작가 반디의 ‘붉은 세월’이라는 시집에 수록된 시다. 반디의 단편소설 ‘고발’과 시집 ‘붉은 세월’을 통하여 자유가 없는 세상에서 북한 주민들이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말살되고 오직 생존만을 위하여 인간 이하의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엿볼 수 있다. 반디의 책을 읽으면서 경제적으로 선진국의 문턱에 진입했고 자유민주적 가치 질서와 인간으로서의 기본권이 보장된 대한민국에서 살아가고 있는 우리로서는 지금껏 같은 동포인 북한 주민들의 고통스러운 삶을 외면하고 강 건너 불 보듯이 방관하고 있지는 않았는가 반성하는 마음이 든다.



산지사방 산을 누빈 화전 들마다에서 / 날 짐승 쫓는 소리 해종일 피타누나 / 그 숨결에 절고 절어 단풍도 핏빛이냐 / 아 피 흐르는 북녘의 가을아‘제목 : 피 흐르는 가을’

정치범 수용소, 공개처형, 고문 등이 자행되는 북한에서 1990년대 후반 고난의 행군 이후로 오직 생존만을 위하여 얼어붙은 압록강과 두만강을 건너 탈북하여 대한민국의 땅을 밟은 탈북 새터민도 3만명에 이른다. 탈북 새터민에게는 북한에서 살아왔던 세월이야말로 감옥의 시간이었고 그 감옥에서 겨우 목숨을 부지해 살아오다가 자유와 생존을 찾아 감옥의 창살을 부수고 북한을 탈출한 것이다.



가을비가 들창을 두드리는 밤 / 손 마디에 피지도록 나도 두드린다 / 싱그럽던 푸른 뼁끼 잿빛 되도록 / 단 한 번도 열려 못 본 내 마음의 창문 / 새가 날고 꽃피는 바깥 저 세상 / 그리워 그리워 나는 두드린다. ‘제목 : 처녀 창문’

남북정상회담, 북미정상회담을 통해 북한의 비핵화와 한반도 평화정착을 위해 문재인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고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2018년 신년사와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평화와 화해의 손짓을 해오고 있다. 전쟁위기설까지 나돌던 한반도에서 남북정상회담을 통해 일단 평화의 국면으로 가고 있는 모습은 우리에게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태영호 전 북한 공사의 책에 의하면 북한이 올해 평창올림픽을 계기로 화해와 평화교섭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것은 2017년에 핵 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2018년은 북한이 핵보유국임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핵 개발 전략의 일환이라고 한다. 태영호 전 공사의 말이 사실이라고 하더라도 우리는 이러한 북한의 전략을 역이용하여 북한이 이미 출발하여 전 세계에 공포해버린 평화협상의 열차에서 도저히 뛰어내릴 수 없도록 모든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반면 남북평화협상이 북한 주민들의 노예와 같은 고통스런 삶은 외면하고 오직 김정은 정권과의 화해와 평화만을 목표로 해서는 안 된다. 남북회담의 궁극적인 목적은 남한 국민에게는 핵전쟁의 위협으로부터 보호해주고 북한 주민에게는 노예와 같은 삶에서 해방시켜 한반도에서 자유와 인권이 숨 쉬고 경제적 풍요가 남북한 주민 모두에게 골고루 혜택이 갈 수 있도록 하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시장의 공기는 자유를 불어넣는다. 김정은 정권으로 들어오면서 배급체제가 상당히 무너지고 장마당이 활성화되어 장마당을 통한 경제활동으로 북한 주민들의 생활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고 한다.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하여 생계를 유지하고 돈벌이를 하게 되면서 북한 주민들에 대한 통제가 느슨해지고 있고 장마당을 통하여 외부 정보가 유입되기 시작하면서 자유와 인권을 향한 북한 주민들의 의식도 조금씩 깨어나고 있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절 북한 정권의 폭압 정치하에서 동물처럼 무력하게 살아갈 수밖에 없었던 북한 주민들이 장마당을 통한 경제활동으로 통제가 느슨해지면서 자유로운 공기의 유입과 의식의 변화로 북한을 혁명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래서 우리는 북한 주민들의 삶에 항상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아야 하고 남북평화협상이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이끌어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삶의 질 향상을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하여야 할 것이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 지원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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