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룡 DGB대구은행장 내정자가 내정 40여 일 만에 사퇴를 결정했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DGB금융의 인적 쇄신도 좀 더 신속하게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 내정자의 사퇴로 그간 금융당국과 지역사회가 지적해 온 DGB금융의 지배구조 문제도 일단 한시름 놓게 됐다.

대구은행은 그간 꾸준히 특정 학맥이나 인맥에 의한 전횡으로 지금의 위기를 맞았다는 은행 내외부의 지적을 받아왔다. DGB금융은 김 내정자의 사퇴로 학연이나 인맥 등을 끊고 인적 쇄신을 이룰 수 있는 결정적 기회를 맞았다. 김태오 DGB금융 회장체제 대구은행이 새로운 모습으로 일신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김 회장은 그간의 불합리를 걷어내는 일대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그래야만 지금까지 ‘우리의 은행’이라고 자부심을 가져왔던 대구·경북 지역민들로부터도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김 행장 내정자의 사퇴는 채용비리 의혹과 함께 박인규 전 DGB금융 회장 겸 행장의 측근이라는 이유로 은행 내·외부에서 사퇴압박을 받아왔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김 내정자는 경산시 금고 유치를 위해 담당 공무원 자녀에게 특혜를 준 혐의로 검찰 조사를 받았지만 지난달 무혐의 처분을 받아 표면적으로 결격 사유가 해소됐다. 하지만 노조는 물론 지역사회로부터 김 내정자가 도의적 책임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이었다. 또, 김 내정자는 박 전 회장과 같은 대구상고, 영남대를 졸업한 선후배 사이로 학연 논란이 지속 돼 왔다.

김 내정자의 사퇴는 김태오 DGB금융 회장이 취임 이후 인적 쇄신을 최우선으로 추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밝힌 점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DGB금융은 이미 지난달 비자금 조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2명의 임원을 업무배제 조치하고, 계열사 모든 임원이 사표를 제출해 놓은 상태다. 조만간 내부 방침과 심사에 따라 그룹 임원 인사를 단행하고, 조직쇄신안도 발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DGB금융의 임원 인사와 인적 쇄신은 더 이상 미룰 일이 아니다. 최대 현안 사업인 하이투자증권 인수도 서둘러야 하는 등 은행 내외부의 사정이 한가롭지 않기 때문이다. 하이투자증권 인수는 김 회장이 취임하면서 밝힌 DGB금융의 비은행 부문 강화 등 사업 다각화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다.

금융업은 신용이 생명이다. 철저한 인사 검증을 통해 능력 있고, 참신한 임원을 수혈하고 더 이상 학연이나 인맥 등 구시대적 논란이 일지 않게 투명한 절차를 밟아야 한다. 은행장 자리도 오래 비워두고 회장이 오래 겸직할 것이 아니다. 빠른 시일 안에 절차를 밟아 은행장을 뽑아야 한다. 임원 인사와 조직개편을 질질 끌어 오히려 이런저런 말들이 돌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 대구·경북민들은 대구은행이 하루빨리 내외의 위기를 극복하고 든든한 은행으로 자리 잡기를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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