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석사 무량수전은 앉은 자리가 최고다. 최순우 전 국립중앙박물관장이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에서 부석사의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을 추녀의 곡선과 군더더기 없는 단순함, 비례의 상쾌함과 의젓하고 너그러운 자태라 했다. 하지만 무량수전의 아름다움은 그 크고 우람한 집이 앉아서 바라보고 있는 방향과 안고 있는 풍경이다.

무량수(無量壽), 육신의 생로병사가 숙명인 인간이 마음 한 번 깨치면 불생불멸 영원무궁의 세계에 든다는데…. 저녁 노을이 질 무렵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에 기대서서 태백산맥이 이루는 겹겹의 산봉우리와 붉게 물드는 구름바다를 바라보고 있으면 그대로 그 자리가 서방정토 극락세계다. 이 자리에 터 잡은 신라 고승 의상대사의 통달의 안목에 탄복하게 된다.

안동의 봉정사 또한 아름답다. 봉정사에는 우리나라 목조 건축물 가운데 가장 오래된 극락전이 단아하다. 2000년 2월 대웅전의 지붕 보수공사 때 나온 상량문에 조선 초기에만 해도 이 곳에 팔만대장경이 있었고, 100여 명의 스님들이 75칸의 대 사찰에 안거했다고 기록돼 있다.

극락전도 극락전이지만 동쪽 언덕에 자리 잡은 요사채 영산암의 은밀한 아름다움은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의 명장면이 됐다. 영산암 문루에는 부처 설법 때 꽃비가 내렸다는 뜻이 담긴 초서로 쓴 ‘우화루(雨花樓)’ 현판부터 멋지다. 우화루 아래를 머리 숙여 영산암에 들어서면 지형의 고저 차를 이용해 마당을 3단으로 구획해 놓았다. 상단에는 주불전인 응진전과 서쪽으로 삼성각, 영화실이 있고, 그 앞에 소나무 한 그루를 심어 동산을 만들었다. 중단에는 관심당과 송암당이 서로 마주 보고 있다.

유네스코가 국내 사찰 7곳을 한꺼번에 ‘산사, 한국의 산지 승원’으로 세계문화유산에 등재했다. 경북의 영주 부석사와 안동 봉정사, 경남 양산 통도사, 충북 보은 법주사, 충남 공주 마곡사, 전남 순천 선암사, 해남 대흥사 등이다. 이중 부석사 무량수전과 봉정사 극락전은 기둥의 가운데 부분이 아래 윗부분 보다 두툼한 배흘림기둥으로 유명한 곳이다. 무량수전에 가면 세월 풍파에 나이테가 골골이 드러난 우람한 배흘림기둥을 안아보고 쓰다듬어 볼 일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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