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때 선왕의 관례대로 부엉이가 울기만 하면 제사인지 굿인지를 왕궁에서 했지만, 세종은 태종같이 노이로제 환자는 아니었으므로 세종 16년 7월에 건춘문과 홍례문에서 울기에 잡아 버리라고 하명하였다는 기록이다. 그 선왕은 불교사상 때문인지 부엉이 소리가 듣기 싫어도 잡을 생각은 않고서 기도나 드리며 도망을 다녔지만, 세종은 그까짓 새 우는 소리가 뭐 대단하냐는 식으로 부엉이가 근정전 지붕에서 우는 경우 외에는 해괴제를 하지 말라고 하명하였고, 17년과 24년에는 예조에 명하여 부엉이가 울어도 해괴제를 지내는 것마저 금해 버렸다. ” 외솔 최현배의 아들로 수필가이자 정신과 의사였던 최신해의 ‘달빛 아래 부엉이’의 부분이다.

조선 시대에는 부엉이가 우는 것을 흉한 것으로 여겼다. 최신해는 부엉이 울음에 대해 “달빛 아래 우는 새소리건만 시정(詩情)도 없고 낭만도 없다. 뭐라고나 할까? 지각을 뚫고 지옥에서 들려 나오는 망령의 울부짖음 같은 소리가 이런 것일까?”라고 했다.

서양에서의 대표적 부엉이 모티브는 역시 ‘미네르바의 부엉이’다. 고대 로마신화에 나오는 지혜의 여신 미네르바는 항상 부엉이 한 마리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면서 부엉이에게서 지혜를 얻곤 한다. 마르크스의 스승 헤겔은 ‘법철학’ 서문에서 “미네르바의 부엉이는 황혼이 깃든 뒤에야 날아오른다”고 썼다. 모든 현상은 처음 발생했을 때가 아니라 그 현상이 종결될 무렵에야 명확한 실체를 알 수 있다는 철학적 비유다.

더불어민주당의 전당대회를 앞두고 당내 ‘부엉이 모임’이 논란거리다. 여당 내 최대 계파인 친문(親文) 의원들 중 노무현 정부 때부터 일했거나 문재인 대통령이 당 대표 시절 같이 활동한 이들의 모임이라 한다. ‘부엉이처럼 밤을 새워 달(문 대통령)을 지키는 모임’이란 뜻으로 회원 수가 40여 명이나 된다니 국정을 좌지우지 할 만하다. 지난 정권의 ‘문고리 권력’이니 ‘친박’이니 하는 정치적 이해관계의 패권적 계파모임과 다를 바 없어 보인다. 세종도 정치를 논하는 근정전(勤政殿) 지붕 위의 부엉이는 잡아 버렸다. 현상이 종결되고 난 뒤에 부엉이가 울어도 소용없다. 후진적 계파 정치는 버려야 한다. ‘부엉이 모임’은 해체하는 것이 옳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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