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목이나 도로, 건축 등 대형 공사장의 부실시공은 왕왕 인명사고나 대규모 재산 손실을 가져온다. 이 때문에 겨울철 혹한기 때는 법에 따라 공사중지명령을 내릴 수 있게 돼 있다. 하지만 비가 잦은 여름철에는 공사중지명령 같은 제도가 마련돼 있지 않아서 공사를 마구잡이로 강행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우중 공사로 인한 콘크리트의 양생 부실이나 아스팔트의 접착력 약화 등을 초래, 짓던 건물이 붕괴 되거나 시공한 지 오래되지 않은 아스팔트에 포트홀이 생기는 등 심각한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 지난 6월 말부터 전국적으로 장마가 시작되고 한 차례 태풍이 지나가는 등 비가 많이 내리는 여름철이 됐지만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발주한 대부분 관급공사 현장은 공사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겨울 혹한기에는 안전사고 예방과 부실시공 방지를 위해 공사중지 명령을 내리지만 장마철에는 공사를 해도 그냥 놔 두고 있어서 부실공사를 눈감아 주는 형국이 되고 있다. 공사중지명령이 내려지면 그 공사현장의 관리계획을 세우고, 중지 기간만큼 공사 기간의 연장이 가능하다. 공사 연장으로 인한 부대비용 증가분도 사공사가 보상받을 수 있어서 부담을 크게 덜 수가 있다. 이 때문에 겨울 혹한기 공사중지명령은 정착돼 있다.

하지만 여름철 우기의 공사는 법적 장치가 없어서 부실공사가 이어지고 있다. 공사를 낙찰받은 업체들은 장마철 오랜 비로 인해 공사가 지연되면 시공사가 발주처에 지체배상금을 지불해야 하기 때문에 공기를 맞추기 위해 부슬부슬 비가 내려도 공사를 강행하는 것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건설업계에 따르면 매년 대부분의 관급공사가 2~3월에 발주되고, 규모가 큰 토목, 도로공사 등은 장마철과 겹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란 것이다. 이 때문에 공사를 해야 이익을 낼 수 있는 건설업계 조차 대규모 토목, 건축공사 등은 부실공사는 물론 안전한 공사를 위해서 여름 우기 공사중지명령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급 공사 발주처의 하나인 일선 지방자치단체들도 장마철 공사강행의 문제점을 알고 있지만 상위법령 등에 묶여 적절한 조치를 할 수 없다고 한다. 현행법은 공기를 맞추지 못한 시공사에 대해 계약의 적정한 이행을 해칠 염려가 있는 것으로 판단, 입찰 자격을 제한하게 돼 있어서 비가와도 ‘우중공사’를 강행 할 수 밖에 없게 돼 있다. 장마철도 겨울 혹한기처럼 공사중지명령제를 시행해야 할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법적인 근거 마련부터 서둘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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