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구제기(反求諸己). 모든 허물은 자기 자신에게 있다는 말이다. 중국 하나라 우왕 때 유호씨라는 제후가 반기를 들고 하나라를 침공했다. 우왕은 아들 백계에게 진압 명령을 내렸다. 그러나 백계는 반란군에게 패하고 말았다. 백계의 한 참모가 너무 어이없는 패배라며 다시 싸워보자고 했다.

“지금 당장 싸울 때가 아니다. 내 근거지가 그에 비해 작지 않았고, 병사 또한 그에 비해 약하지 않았다. 우리가 패한 것은 나의 덕행이 그에 비해 부족했고 부하들에 대한 지휘도 그보다 못했기 때문이다. 나는 나 자신으로부터 패인을 찾아 더욱 분발, 나 자신부터 바로잡는 것이 옳다고 본다” 백계는 지금 당장 다시 싸울 것을 거부했다.

이 때부터 백계는 일찍 일어나 일에 매달리고 맛있는 것도 탐하지 않았다. 근검절약을 솔선수범, 백성들을 사랑했다. 덕 있는 사람을 존중하고 재능 있는 인재를 찾아서 기용했다. 특히 측근들을 멀리하면서 코드인사를 배제, 공정한 사회 분위기를 조성했다. 이것을 본 반란군 우두머리 유호씨는 하나라 침범을 포기하고 제 발로 백계에게 귀순했다. 허물을 자신에게 찾아내는 ‘반구제기’는 이 고사에서 비롯됐다.

지방선거 참패로 지리멸렬, 궤멸위기에 처해 있는 자유한국당에 가장 절실한 처방이 ‘반구제기’다. 당이 이 지경이 됐는데도 ‘내 탓’은 제쳐 두고 ‘네 탓’만 하는 구태서 헤어나지 못하면 한국당은 차라리 문을 닫는 것이 상책이다.

2010년 6·2지방선거에서 서울시장 보궐선거까지 선거에 질 때마다 쇄신론을 외쳤지만 ‘나만 빼고 달라져야 한다’면서 서로 ‘네 탓’만 하는 이기적인 쇄신론이 판을 쳐 국민들로부터 ‘무기력당’이라는 낙인만 찍혔다. 이번 지방선거 참패 후 보수 주도층 사이에선 “망하려면 차라리 폭삭 망해야 한다”는 ‘폭망론’을 주장하는 사람이 많다. 어설피 망하면 전철을 밟을 우려가 크다는 것이다.

한국당 의원들이 자신의 기득권을 포기하고 자기희생에 앞장서는 것이 ‘반구제기’를 실현하는 길이다. ‘반구제기’가 화급한 한국당이 친박, 비박 간의 책임 전가 난타전으로 ‘폭망’을 재촉하고 있다. 폭망해 봐야 정신을 차릴런지.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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