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 정보화진흥원에 카페 열어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이 4일 운영을 시작한 한국정보화진흥원 2층 빅핸즈 카페에 에이즈 감염인이 직접 제작한 켈리그라피가 걸려있다. 전재용 기자.
소외된 이웃들이 함께 아픔을 나누고 일하는 공간이 하나 더 들어섰다.

후천성 면역결핍 증후군(AIDS), 에이즈에 걸린 이들의 자립을 지원하는 사회적기업 카페 ‘빅핸즈’ 2호점이 문을 연 것이다. 특히 공공기업 등이 몰린 동구 신서동 대구혁신도시에 탄생해 의미를 더했다.

1호점은 지난 2013년 7월 동구 서호동 반야월역 인근에서 출발했다. 사회적 편견 속에 처음에는 걸림돌도 많았다. 다행히 특정 장소에 나가 커피를 판매하는 케이터링(Catering) 등을 통해 수익을 내기 시작했다. 5년이 흐르면서 자리를 잡았고 에이즈 감염자의 인식 개선에 이바지하고 있다.

이러한 노력이 지난 4일 2호점 개소라는 결실로 이어졌다. 대구혁신도시 내 공공기관인 한국정보화진흥원에 들어선 것이다.

이날 문을 연 2호점은 한국정보화진흥원 2층에서 에이즈 감염인과 비감염인이 함께 운영한다.

빅핸즈를 운영하는 레드리본사회적협동조합(이하 레드리본) 사람들은 83㎡(25평)의 카페 공간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겼다. 이곳은 공동체를 잃어버린 사람, 자활이나 일자리가 사치라고 말하는 사람, 치유가 필요한 사람들이 용기를 갖고 새로운 출발에 나서는 장소다.

커피를 직접 내리고 있는 레드리본 조합원들도 행복한 얼굴을 감추지 못했다. 더치커피와 핸드드립 커피, 수제 쿠키까지 나르는 조합원들의 손길이 바빴다.

한 조합원은 카페 곳곳에 걸린 켈리그라피 작품들을 가리키며 에이즈 감염인들이 고생해서 만든 작품이라고 귀띔했다. ‘당신의 하루가 기쁨이기를’, ‘힘들 때 웃으면 일류’ 등 다양한 켈리그라피 작품이 손바닥만 한 종이에 담겼다. 6개월 동안 전문가에게 배운 서툰 솜씨지만, 희망을 담은 메시지가 개소식을 찾은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에이즈 감염인 상담을 맡는 차명희 소장은 “상담을 진행했던 에이즈 감염인들이 만든 켈리그라피로 그들의 희망이 담긴 작품을 전시할 수 있어 더 기쁘다”며 “마음속 상처를 아우르는 문구처럼 우리의 희망이 더욱 커져 나가길 바란다”고 웃음을 지었다.

레드리본은 에이즈에 대해 부정적으로 인식하는 사회 속에서 공공기관이 에이즈 관련 사회적기업을 받아들인 것에 대해 큰 의미가 있다고 평가했다.

김지영 레드리본 대표는 “자체 운영이 아닌 한국정보화진흥원에서 위탁 운영을 맡긴 것”이라며 “공공기관에서 사회적기업, 특히 부정적 인식이 만연한 에이즈 관련 사회적기업을 유치한 것에 대해 의미가 크다”고 밝혔다. 또 “사회적 경제를 좀 더 확산시키고 공공기관 직원들이 지역 사회를 이해하는 첫 신호탄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전재용 기자
전재용 기자 jjy8820@kyongbuk.com

경찰서, 군부대, 교통, 환경, 노동 및 시민단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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