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아내 이어 본인까지 한진 총수일가 영장 잇따라 기각…검찰 재청구 검토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이 6일 오전 구속영장이 기각되자, 서울 구로구 남부구치소 밖으로 나서고 있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며 영장을 기각했다. 연합
수백억 원대 상속세 탈루 등 비리 의혹을 받는 조양호(69) 한진그룹 회장에 대해 검찰이 청구한 구속영장이 6일 법원에서 기각됐다.

서울남부지법 김병철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영장을 기각하며 “피의사실들에 관해 다툼의 여지가 있고 이와 관련된 피의자의 방어권을 보장할 필요가 있어 현 단계에서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이유를 밝혔다.

1999년 항공기도입 리베이트 과정에서 수백억원의 세금을 탈루한 혐의로 구속된 조 회장은 19년 만에 다시 구속될 위기에 놓였지만, 영장이 기각되면서 이를 면했다.

특히 조 회장의 둘째 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의 이른바 ‘물벼락 갑질’ 이후 조 전 전무와 조 회장 아내 이명희씨에 이어 이번에 조 회장까지 사정당국이 한진 총수 일가에 대해 신청 혹은 청구한 구속영장은 잇따라 기각됐다.

앞서 이명희씨는 ‘갑질 폭행’ 의혹과 ‘불법 고용’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가 법원에서 기각됐다. 조 전 전무의 경우 경찰이 구속영장을 신청했으나 검찰이 이를 반려했다.

조 회장은 지난 2일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 위반,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법상 횡령·배임·사기, 약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그는 부친인 고 조중훈 전 회장의 외국 보유 자산을 물려받는 과정에서 상속세를 내지 않은 의혹을 받아왔다. 조 회장과 그의 남매들이 납부하지 않은 상속세는 500억 원이 넘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조 회장이 해외금융계좌에 보유한 잔고 합계가 10억 원을 넘는데도 과세 당국에 신고하지 않은 것으로 보고 국제조세조정법 위반 혐의를 적용했다. 다만 상속세 포탈 부분은 공소시효 등 법리적 문제가 있어 영장 범죄사실에 담지 않았다.

조 회장은 일가 소유인 면세품 중개업체를 통해 이른바 ‘통행세’를 걷는 방식으로 부당이득을 챙기고 회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도 받는다.

검찰은 또 조 회장의 세 자녀가 비상장 계열사 주식을 싸게 사들였다가 비싼 값에 되파는 ‘꼼수 매매’로 90억 원대에 달하는 이익을 챙긴 것으로 보고 있다.

아울러 조 회장은 2015년 새정치민주문희상 의원 처남 취업청탁 의혹과 관련해 조사를 받을 당시 자신의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지급하게 하고, 2014년 이른바 ‘땅콩 회항’ 사건 때 맏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재판에서도 변호사 비용을 회삿돈으로 내게 한 혐의를 받는다.

이 밖에도 조 회장은 2000년부터 인천 중구 인하대 병원 근처에 약사와 함께 ‘사무장약국’을 열어 운영하고 수십억 원의 부당이익을 챙긴 혐의도 있다.

검찰은 구속영장 재청구를 검토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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