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름다운 여인이 꽃 가지 아래서 온갖 소리로 생황을 부는 듯, 시인의 술 동이 앞에 금귤 한 쌍이 놓인 듯. 금빛의 북(북은 베 짜는 도구)이 이리저리 버드나무 언덕 누벼, 아지랑이와 비를 섞어 봄강 비단을 짜는구나” (佳人花底簧千舌/ 韻士樽前柑一雙// 歷亂金梭楊柳崖/ 烟和雨織春江)

단원 김홍도의 그림 ‘마상청앵도(馬上聽鸚圖)’의 여백에다 써 놓은 시다. 시를 쓴 사람이 김홍도라고도 하고, 그의 동갑내기 친구 이인문이라고도 한다. 소리와 색채, 동작을 흔히 말하는 공감각적으로 묘사했다. ‘마상청앵’의 시제로 딱 맞아떨어진다. 그림 속 선비는 말을 타고 가다가 꾀꼬리 한 쌍의 소리에 이끌려 말을 멈추고 고개를 돌려 나무 위를 올려다 보고 있다. 선비와 말을 몰던 아이의 시선이 머무는 버드나무 가지 위에 꾀꼬리 한 마리가 앉아 있다. 단원이 그린 조선 후기 산수인물화의 최고 걸작이다.

‘마상청앵도’는 종이 바탕에다 수묵담채로 그렸다. 그림의 앞에 서서 보면 수직의 긴 화폭 오른쪽 위에서 왼쪽 아래로 비스듬히 쏠리는 언덕과 길을 대각선 구도로 그렸다. 왼쪽 위 텅 빈 여백에 쓴 시제가 왼쪽으로 미끄러져 내릴 듯한 그림의 균형을 딱 잡아주는 제동장치가 되고 있다.

언덕에는 더 풍성할 필요도 없는 버드나무 한 그루 파릇한 새싹을 밀어내고 있다. 말 위의 선비는 한 손엔 말고삐, 한 손엔 접부채를 쥐었다. 언덕과 길은 엷은 먹으로 바탕을 칠하고, 촘촘히 붓을 찍어 생동감 있는 풀을 그렸다. 늘어진 버들가지에 초록의 이파리들이 봄 기운을 그대로 전하고 있다. 멈춰 선 나귀와 선비의 상반된 시선과 동작이 시제와 어우러져 무한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대구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간송특별전 ‘조선회화명품전’(6월 16일~9월 16일)이 연일 장사진이다. 김홍도의 ‘마상청앵도’가 신윤복의 ‘미인도’ 못지않게 인기를 끌고 있다. 인기 스타 김홍도가 말을 타고 대구에 유람 온 듯 구름 관중이다.

함께 선보이는 미디어 아티스트 이이남의 ‘꿈속의 선비’는 말을 타고 가다 봄의 소리를 듣는 선비의 모습을 동영상 기법으로 표현해 눈과 귀를 사로잡는다. 찬찬히 그림을 보고 있으면 32가지 소리로 운다는 꾀꼬리 소리가 들리는 듯하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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