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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야화

경북일보 kb@kyongbuk.com 등록일 2018년07월09일 16시55분  
2차대전에서 가장 막강한 위력을 과시한 탱크는 독일제 ‘타이거 2’였다. 최신 포에 육중한 보호막을 무장한 ‘타이거 2’를 제압할 연합군의 무기는 없었다. 공포에 질린 연합군은 이 탱크를 ‘왕(King)’이라 불렀다. 그러나 이 독일 전차는 1944년에야 생산돼 전세를 뒤집기에는 너무 늦었던 것이다. 조금 더 일찍 태어났더라면 세계 역사를 바꿔 놓았을 지도 모를 이 비운의 전차가 독일 축구 대명사가 됐다.

당당한 체력, 강인한 인상으로 월드컵경기장을 종횡무진 누비면서 상대 팀을 유린하는 독일 대표팀을 ‘타이거 2’에 비유, ‘독일전차군단’이라 불렀다. 그런데 이번 모스크바 월드컵에서 경천동지의 이변이 일어났다. 지난 브라질 월드컵에서 우승, FIFA랭킹 1위 ‘독일전차군단’이 FIFA랭킹 50위가 넘는 한국의 투혼에 격파된 것이다. 역시 공은 둥글었다.

세계 축구사에 기록된 가장 완벽한 ‘완전범죄’는 1986년 멕시코월드컵에 등장한 ‘신의 손’이었다. 아르헨티나의 공격수 마라도나는 헤딩이 아닌 교묘한 손놀림으로 골을 기록했다. 마라도나는 “내 손이 아니라 ‘신의 손’이 넣은 것”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신의 손’으로 첫 골을 넣은 마라도나는 상대 팀 수비수 5명을 차례로 제치고 두 번째 골을 넣는 바람에 ‘신의 발’을 선보여 속죄한 셈이 됐다.

1966년 잉글랜드 월드컵에서 브라질과 경기를 벌인 모든 나라들의 타깃은 축구황제 펠레였다. 수비수들의 목적은 펠레를 경기장 밖으로 몰아내는 것이었다. 당시에는 선수교체제도가 없었다. 한 선수가 부상으로 나가면 나머지 10명이 경기를 해야 했다. 펠레를 다치게 해서 경기장 밖으로 내보내면 상대 팀에겐 일거양득이었다. 불가리아와의 경기에서 부상을 입은 펠레는 다음 경기에 출장을 못했다. 충격을 받은 세계 축구계는 1970년 멕시코대회 때부터 선수교체를 허용하도록 했다.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결승 날 옛 소련에서 철도 건널목 사고로 31명이 숨졌다. 버스 운전기사는 열차가 온다는 신호에도 차를 세우지 않았다. 어서 일을 끝내고 서독 아르헨티나 결승전 중계를 봐야겠다는 생각 뿐이었다. 지구촌을 열광시키는 월드컵에 얽힌 야화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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