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지법 "추행·무고 인정할 증거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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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료 재소자를 강제추행하고 형사 처벌을 면하기 위해 피해자를 허위 고소한 혐의로 기소된 유치장 탈주범 A씨가 1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대구지법 서부지원 제5형사단독 김태균 판사는 강제추행, 무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A씨는 지난해 8월 10일 오후 9시께 대구교도소 같은 방에서 수형 생활을 하는 B씨(19)의 꼬리뼈 주변에 물파스(물린디)를 바르며 마사지를 해주다가 2차례에 걸쳐 항문에 집어넣는 등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됐다. 그는 지난해 8월 31일 대구지검 서부지청에 피해를 주장하는 B씨가 자신을 무고했다면서 고소장을 제출한 혐의(무고)도 받았다.

또 2016년 9월 13일 다른 교도소 동료 수감자 C씨(30)의 엉덩이를 만지는 등 5일 동안 5차례 강제추행한 혐의도 받았다.

재판부는 C씨의 경우 30세의 건장한 청년으로서 성격을 거침없이 분출할 수 있었던 특성을 고려하면 공소사실과 같이 A씨가 엉덩이 등을 만지는 등 강제로 추행했다는 C씨의 진술은 그대로 믿기 어렵고, 실제 추행행위가 있었다 하더라도 C씨가 용인했거나 적어도 피고인이 그러한 용인이 있었다고 생각했을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C씨의 진술만으로는 A씨가 강제로 추행했다는 사실을 합리적 의심의 여지없이 인정하기에 부족하고, 달리 이를 인정할 증거가 없다고 했다.

B씨를 강제추행한 공소사실과 관련해서도 김 판사는 “당시 같은 수용실을 사용한 재소자들이 A씨가 B씨이 항문에 물파스를 삽입하는 것을 보지 못했다고 진술한 점 등을 종합하면 피고인이 B씨의 꼬리뼈 주변에 물파스를 발라주는 과정에서 항문 부근까지 파스 성분이 닿았고, 이를 B씨가 오해했을 여지가 있어서 강제추행 행위로 속단하기 어렵다”고 했다.

김 판사는 또 “B씨에 대한 강제추행이 진실임을 전제로 피고인이 무고했다는 공소사실 또한 피고인이 강제로 추행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부족해 무고를 인정할 아무런 증거도 없다”고 덧붙였다.

A씨는 2012년 9월 17일 새벽 5시께 동부서 유치장에서 머리와 몸에 연고를 바른 채 가로 44.5㎝, 세로 15.2㎝ 크기의 배식구로 빠져나간 뒤 높이 206㎝, 창살간격 12.5㎝의 환기창을 통해 유치장 밖으로 도주했다가 6일 만에 붙잡혔다. 그는 징역 6년 확정판결을 받았고, 재심을 청구해 5년 6개월로 형량을 줄였다.

그는 강제추행 혐의와 관련해 장문의 편지를 경북일보에 보내 억울하다는 심경을 전했고, 경북일보는 지난해 9월 25일 자 5면에 A씨의 주장을 게재한 바 있다.
배준수 기자
배준수 기자 baepro@kyongbuk.com

법조, 건설 및 부동산, 의료, 유통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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