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 전체 2690개 중 조사 제품 포함 128개 판매 중지 대상
"中 '발사르탄' 치료제 복용 중 임의 중단 말고 의사와 상의해야"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에 사용되는 원료에서 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물질이 확인됐다는 소식에 고혈압 환자의 불안과 혼란이 커져 가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발암물질이 검출된 중국산 고혈압 치료제 원료인 ‘발사르탄’을 사용한 치료제 명단을 9일 확정하고 문제가 된 제품 회수에 돌입했다.

현재 국내에서 허가돼 판매되고 있는 고혈압 치료제는 총 2690개다.

이 가운데 판매 중지 대상은 중국 원료의약품 제조사 ‘저장화하이’가 발사르탄을 원료로 쓴 것으로 밝혀진 96가지 치료제와 조사가 진행 중인 32개 제품 등 총 128개 품목이다.

현재 유통되는 고혈압 약의 약 5%에 해당하는 제품이 판매 중지됨에 따라 대대적인 환불 사태와 고혈압 환자들의 혼란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사태는 고혈압 약 원료인 발사르탄을 생산하는 20여 개 제조사 중 저장화하이가 제조한 발사르탄에 섞인 불순물에서 발암물질 ‘N-니트로소디메틸아민(NDMA)’이 검출되며 불거졌다.

발사르탄은 혈관을 수축하는 호르몬을 억제해 혈압을 낮춰주는 성분으로써 이 자체가 유해성을 가지고 있진 않다.

문제는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일부 발사르틴에 NDMA라는 2A등급 발암 가능 물질이 검출됐기 때문.

2A등급 발암물질은 암 유발 가능성에 대한 증거가 부족한 약한 단계의 발암물질을 말한다.

붉은색 살코기나 장작이 탈 때 나오는 연기 등도 포함되며 수돗물 염소 소독을 비롯해 햄·소시지 등 가공육이나 염장생선·젓갈·김치와 같은 발효식품에도 사용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흡연할 때는 물론이며 맥주 등 주류를 통해서도 NDMA를 섭취할 수 있다.

소량만 존재할 경우 인체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고농도로 섞이면 암을 유발할 잠재적 위험이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고혈압약은 어르신들이 복용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식약처에서 병원들에 후속조치를 지시해달라”는 청원이 잇따랐으며 자신이 복용하는 혈압약은 괜찮은지 확인하려는 환자들이 식약처 홈페이지에 몰려 한때 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한편, 문제가 된 고혈압 약을 복용하는 환자들은 혼란스러운 상태에 빠졌다.

환자단체연합회 관계자는 “고혈압 환자들은 복용 중인 약물의 성분을 정확히 알지 못해 담당 의사의 조언이 필수적이다”며 “식약처가 병원과 약국이 정상영업을 하지 않는 주말에 이번 사태와 관련된 조치를 발표하며 환자들과 이들의 가족들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환자들이 불안해하며 자신이 복용하는 의약품을 확인하도록 만드는 것이 아닌 유관기관과의 협조를 통해 해당 의약품을 처방받은 환자를 파악해 의료기관과 소통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 전문가들은 식약처 환수 대상이 되는 고혈압 약을 복용 중이라고 하더라도 임의로 처방된 약을 끊거나 바꾸는 것은 위험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아직 판매가 중단된 고혈압 약의 발암물질 함유량 정도가 밝혀지지 않았으며 심장 발작이나 뇌졸중 재발을 막기 위해 혈압약을 복용하다가 갑자기 복용을 중단할 경우 더 큰 위험에 노출될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중국 저장화하이의 발사르탄이 함유된 고혈압 치료제를 복용 중인 환자라고 해도 임의로 복용을 중단하지 말고 신속히 의사와 상의해야 한다”고 권고했다.

대한약사회는 “처방의와 상의한 후 처방의약품을 변경하거나 동일 성분의 안전한 의약품으로 대체 조제 해달라”며 “환자 반품 요구 시 주의 조치에 대한 이해와 적절한 대처와 함께 반품해야 한다”는 공문을 각급 약사회에 발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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