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헌법 제1조 1항이다. 국민 주권을 의미하는 ‘민주(民主·democracy)’는 그리스어의 데모스 (Demos 민중)와 크라티아(Kratia 권력)의 합성어인 ‘데모크라티아’가 어원이다. ‘공화(共和 republic)’는 중국 주(周) 나라 때 폭동으로 왕이 쫓겨나고 제후와 제상이 함께 정치를 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이다.

기원전 841년 주정공과 소목공이 함께 공동으로 정무를 봤다고 해서 ‘공화’ 혹은 ‘주소공화(周召共和)라 했다. 또 ‘여씨춘추’에 공(共)의 제후였던 공백(共伯) 화(和)가 천자를 대신해 정치를 했다고 해서 ‘공화’라는 말이 비롯됐다고 한다. 다수의 참여와 합의로 정치가 이뤄지는 것을 ‘공화’라 하는 것이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8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공화(共和)’를 제목으로 여성 몰카범죄 근절 서울 혜화역 집회에 관한 글을 올려 화제가 됐다. 이 집회는 ‘혜화역 현상’, ‘붉은 분노’로 불리는 여성들의 직장이나 가정, 사회에서 겪는 불이익에 대한 성토 장으로 점점 규모가 커지고 있다. 김 장관은 정부가 적극 대책을 마련하겠다면서 정부 대책보다 더 중요한 것이 ‘공화’라고 했다. 김 장관은 “시민이 다른 시민의 외침에 귀 기울일 때, 그리고 그의 아픔에 공감하고 연대할 때 비로소 공화”라 했다.

지난 6일에는 주최 측 추산 6만 명, 경찰 추산 1만9000명이 혜화역 집회에 참가했다. 참석자들은 문재인 대통령이 국무회의에서 홍익대 누드모델 몰카 사건에 대해 “편파 수사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한 것에 반발해 대통령을 향해 ‘재기해’를 외쳤다. ‘재기해’는 한강에서 자살한 남성연대 고 성재기 대표의 이름을 따와 여성들이 남성을 격하게 비판할 때 ‘자살하라’는 말로 쓰는 말이다.

또 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이 혜화역 집회에 다녀와 SNS에 올린 글을 문제 삼아 시위에 동조했다며 장관을 해임하라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5만 명에 육박하고 있다. 여기에다 9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이 각 군 성 고충 전문 상담관과 가진 간담회 자리에서 “여성들이 행동거지나 말하는 걸 조심해야 한다”는 부적절 발언으로 불을 질렀다. 김부겸 장관이 주장한 ‘공화’의 뜻을 되새겨야 볼 일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이동욱 논설실장 겸 제작총괄국장
이동욱 논설주간 donlee@kyongbu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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